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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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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3고’가 장기화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의 회복 시기가 더욱 늦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유가, 배럴당 40달러 가능성도 있다=지난달 3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減産) 결정 이후 국제 유가는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는 감산이 최종 확정되면서 그간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데다 OPEC가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목표 유가 상향조정이나 추가 감축 단행 등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4분기(4∼6월)에는 비수기(非需期)에 들어서고 앞으로 비(非)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 확대, 이라크의 원유 수출 재개, 국제 투기성 자금의 선물(先物) 계약 투매 가능성으로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강세는 OPEC의 감산 조치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 및 달러화 약세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한 데다 중동지역의 정정(政情) 불안과 같은 돌발 변수도 잠복해 있어 당분간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석유 수요가 2·4분기에 일시적으로 줄겠지만 3·4분기(7∼9월)부터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배럴당 40달러(미 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체감(體感)물가’는 더 심각=물가가 뛰는 가운데 국민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올랐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구입 빈도가 높은 156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물가지수는 3월에 한 달 전보다 1.6%나 치솟았다. 이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폭(1.0%)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3월 중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8% 상승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 상승분이 아직 국내 소비자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 통상 국제 유가 상승분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데는 3개월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앞으로 석유류를 중심으로 한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어 ‘물가불안→민간소비 위축→경기회복 지연’의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다=1일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일본 엔화 강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1·4분기(1∼3월) 대형 제조업체의 단기경기예측지수가 1997년 2·4분기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확인되면서 엔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였고 이것이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 자금시장부 최정선(崔晶善) 차장은 “아시아 통화가 전체적으로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정부가 원-달러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다소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환율은 중장기적으로는 조금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중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무역협회 동향분석팀의 신승관(辛承官) 연구위원은 “일본과 가격경쟁을 벌이는 대기업은 원화가 엔화 가치와 동반상승해 큰 영향이 없지만 중국, 동남아 국가들과 경합을 벌이는 중소 수출기업들은 달러당 1150원대의 환율에서 이미 손익분기점에 도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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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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