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기른 채소, 자녀가 인터넷 판매

  • 입력 2004년 3월 5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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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 강소영씨(28)는 일과가 끝나면 집으로 가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인터넷이 취미라서가 아니다. 충남 서산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만든 된장과 조청 등을 강씨가 온라인으로 주문 판매하기 위해서다. 1남4녀의 장녀인 강씨는 넷째동생이 조리학과를 졸업하는 내년에는 동생과 함께 온라인 판매회사를 차릴 계획이다.

부모는 농사짓고 자녀는 인터넷 장터에서 농수산물을 파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업(家業)을 잇는 새로운 형태다.

온라인 장터 옥션은 5일 부모가 생산하는 농수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자녀가 판매하는 사례가 700∼8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태풍 때문에 떨어진 사과나 배를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호소문 형식으로 옥션 경매에 올려서 인기를 끈 뒤 이런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 또 다른 경매사이트 온켓에서도 200여명이 있다. 이들은 옥션 온켓 같은 경매사이트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팔고 있다. 온라인 월 판매액은 최저 2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이른다.

옥션의 경우 2002년 식품 관련 매출 80억원 가운데 부모가 농장에서 생산하고 자녀가 판매하는 상품이 2억원 정도였으나 2003년에는 전체 193억원 중 1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의 강점은 △농사 현장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 △1 대 1 고객관리 △틈새상품 개발 등이다.

강씨는 “된장을 보낼 때 조청으로 만든 깨엿을 넣어주는 식으로 고객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아버지가 농사지은 무농약 재배 감귤을 파는 김미라씨(28)는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틈새상품을 계속 개발한 경우. 감귤이 계절상품이므로 사철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 한라봉이나 청견 같은 개량종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감귤이 백화점으로도 납품되지만 같은 상품을 온라인에서 5000원가량 싸게 파니까 손님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3개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씨는 2006년부터는 다양한 과일 유통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무원 이의강씨(29)는 미숫가루, 다시마환 등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충남 논산에 있는 아버지의 회사 ‘한밭식품’의 인터넷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에게는 무조건 반품해 주는 식으로 고객관리를 한 덕분에 월 매출은 3000만원대에 이른다.

LG경제연구원의 문권모 선임연구원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쌀 시장개방 재협상 등으로 농민들의 근심이 많아지는 가운데 농업은 농업대로 활로를 찾고 젊은층은 소규모 사업을 해 볼 수 있는 좋은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모가 지은 농산물을 파는 주요 사이트
품목(판매자)사이트특징
조청 한과 보리차
(강소영)
www.simplefood.co.kr/
www.auction.co.kr
자취생 자녀를 챙기는 듯한 정성/ 깜짝 사은품
된장 고추장
(이미선)
www.auction.co.kr할머니가 손수 만드는 상품/깨지지 않는 용기 등 개발
제주감귤 한라봉 청과(김미라)www.mikkang.com/
www.auction.co.kr

www.onket.com
백화점 제품을 인터넷에서/120개 한 상자 2만원 선
가평잣 북한산깐호두(김성호)www.auction.co.kr어머니의 성수동 건어물가게 물건 유통/ 소량판매, 무료배송도 가능
미숫가루 다시마환 인진쑥환(이의강)www.auction.co.kr신속 배송, 불만족시 무조건 반품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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