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자업계 일제히 흑자 ‘합창’…디지털가전으로 재기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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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거품 붕괴’로 고전해 온 일본 전자업계가 디지털가전을 돌파구로 삼아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4분기(10~12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빅 10’으로 불리는 10개 업체가 일제히 영업손익에서 흑자를 냈다. 반도체 사업을 떼어낸 미쓰비시전기를 빼면 매출액도 모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가전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서 뒤졌던 기업도 시장확대에 따른 과실(果實)을 챙겼다”고 분석했다.

디지털가전에 강점이 있는 마쓰시타전기 샤프의 약진이 눈에 띈 반면 도시바 후지쓰 등은 소폭 흑자에 그쳐 업체별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디지털가전이 구세주=일본에선 최근의 경기회복을 1980년대의 거품경기와 1990년대 후반의 IT경기에 빗대어 ‘디지털경기’라고 표현한다. 특히 시장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박형(薄型)TV, DVD리코더는 일본 전자업계의 부흥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디지털가전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마쓰시타. 디지털가전의 연구개발에 주력한 덕택에 일본 내 디지털TV 시장의 30% 이상을 장악했다. DVD리코더도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면서 영업이익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3월 결산(2003 회계연도)에서는 세전(稅前)이익이 1년 전보다 2.3배 증가한 1600억엔(약 1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

덩치가 작은 편인 샤프와 파이어니어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액정관련 기술에 강한 샤프는 액정표시장치에서만 영업이익이 38% 늘었고, 파이어니어는 플라스마TV와 DVD리코더의 인기에 힘입어 4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렸다.

▽소니 등 전통강호의 재기 시도=신제품 개발을 소홀히 해 위기에 몰렸던 소니는 제품가격을 인하하는 등 총력 판매에 나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업계 수위를 지켰다. 본업인 전자부문에서 매출이 늘어난 것은 1년 반 만의 일. 하지만 판매단가를 낮추는 바람에 수익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NEC와 후지쓰는 디지털가전용 반도체와 각종 부품이 잘 팔려 흑자로 돌아섰다. 히타치도 데이터통신용 장비가 호조를 보여 영업이익이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들 업체가 흑자를 내긴 했지만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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