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린다는데…기업 현장선 ‘명퇴 찬바람’

  • 입력 2004년 2월 20일 18시 43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각종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기업들은 앞다퉈 명예퇴직(명퇴)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협약’을 통해 일자리 확대를 유도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고용 주체인 개별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기업은 명퇴 유도=금융업은 ‘카드 사태’ 이후 대규모 감원 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외환은행에 합병되는 외환카드는 직급에 상관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고 있으며 비교적 상황이 낫다는 삼성카드도 삼성캐피탈과의 합병 이후 4년차 이상 모든 직원으로 명퇴 대상을 넓혔다.

금융권에서는 외환 LG 삼성카드 등 구조조정이 진행될 3개 카드사에서만 정규직 기준으로 2000명 안팎의 인력 감축이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지난달 450명을 퇴직시켰다. 이 가운데 일반 행원이 172명이나 포함됐다.

최근에는 고용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들도 상시(常時) 명퇴를 실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작년 말 명퇴를 신청할 수 있는 연령제한을 기존 40세에서 만 35세 이상으로 낮췄다. 특히 35세 미만이라도 과장급 이상 직책을 맡고 있을 경우에는 명퇴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해 30대 조기퇴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잘 나가는’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KT는 작년 10월 무려 5500명을 대상으로 ‘특별 명퇴’를 실시했다.

유통업계 굴지의 기업인 현대백화점은 최근 대리급 이하 일반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에도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60여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30대 퇴직자 4명 중 한명이 명퇴=최근 명퇴의 특징은 연령과 직급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고용보험 동향’에 따르면 30대 퇴직 근로자의 25.6%가 권고사직이나 회사 사정, 정년 등 비자발적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행이 작년 말 155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0개 업체 중 1곳만이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경우 인력이 ‘과잉 상태’라는 곳이 7.6%로 ‘부족하다’는 응답(6.3%)보다 오히려 많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을 독려하는 방식으로라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먹혀들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노동비용총액 가운데 사용자가 내야 하는 분담금 비중이 1985년 9.7%에서 2001년 29.6%로 3배나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제혜택 등으로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고용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업종을 명확히 선정해 육성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5개월간 주요 명예퇴직 실시 현황
회사대상규모시기
현대백화점대리급 이하처리방안 협의 중2004년 2월
과장급 이상60여명2003년 12월
외환카드전 직원 대상신청 접수 중2004년 2월
삼성카드4년차 이상 전 직원신청 접수 중2004년 2월
국민은행전 직원 대상450명2004년 1월
LG카드전 직원 대상200명2003년 12월
하나로통신전 직원20명2003년 12월
KT15년 이상 근무자5500명2003년 10월
KTF2년차 이상 전 직원57명2003년 10월
자료:각 회사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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