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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0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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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 정부 지분이 있는 은행의 행장 등에 관료 출신이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금융권 노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병일(金炳日) 전 금통위원 후임으로 순수 민간인사가 추천되지 않으면 거부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가 추천권을 갖고 있는 이 자리의 후보로는 김종창(金鍾昶) 기업은행장과 신명호(申明浩)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강정원(姜正元) 전 서울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행장과 신 전 부총재는 옛 재무부나 재경부 관료 출신이다.
배경태 한은 노조위원장은 “관료 출신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어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지키기가 어렵다”면서 “현직은 물론 전직 관료 출신도 금통위원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은 노조는 관료 출신이 금통위원에 임명될 경우 출근 저지와 집무실 앞 농성 등 철회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3월 주주총회 때 임기가 끝나는 우리금융지주 윤병철(尹炳哲) 회장과 우리은행 이덕훈(李德勳) 행장 후임에 대한 낙하산 인사 거부 움직임도 강하다. 우리은행 노조는 “새 지주회사 회장이나 행장에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경우 결사반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그동안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감사를 투명한 방식으로 선임하기 위해 이달 14∼19일 공모를 실시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연합회 감사로 재경부나 감사원 출신이 주로 선임됐으나 이번에는 공모를 거쳐 투명하게 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3월에 설립되는 임기 3년의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대해 이달 8∼17일 인터넷 공모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공모 방식이 늘고 있지만 실상은 ‘낙하산 인사’에 형식만 갖추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융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료 출신, 민간 출신을 따지기보다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공정히 평가해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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