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국민株공모 무산…법원, KCC 가처분 수용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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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고려화학(KCC)이 제기한 현대엘리베이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12일 법원이 받아들였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의신청을 제기하더라도 15, 16일로 예정된 유상증자는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KCC 정상영(鄭相永) 명예회장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한 반격카드로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玄貞恩) 회장이 내세운 ‘현대그룹 국민기업화’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KCC 및 정 명예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6%에 대한 주식처분명령을 내리는지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증선위는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법원, 왜 KCC 손을 들어줬나=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합의부는 “이번 1000만주 유상증자는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대주주와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KCC의 소명자료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영권 방어 자체가 회사와 일반주주에게 이익이 되면 예외적으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한 신주 발행이 허용되지만 이번 신주 발행은 그렇게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그룹이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국민이 주인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국민기업화의 명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 현 회장은 “법원의 결정을 ‘더 넓게 주주의 이해를 구한 뒤 주주와 더불어 국민기업화를 다시 추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당장 유상증자를 재추진할 의사는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는 무상증자 28%(주당 0.28주 교부)는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그룹 경영권은 어디로=경영권 향방의 열쇠는 증선위가 주식처분명령을 내릴지 여부다.

금융감독원 유병철(兪炳哲) 공시감독국장은 “정 명예회장의 신한BNP파리바 사모펀드 12.8%와 KCC의 3개 뮤추얼펀드 7.8%에 대해 공시의무 위반으로 주식처분명령을 내리는 쪽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증선위는 금감원이 올린 안건을 심의해 결정하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금감원의 의견을 존중해왔다.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지면 KCC측 지분은 10.6%로 떨어져 현 회장측(24.3%)에 크게 뒤진다. M&A 싸움의 한 라운드가 끝나는 것이다.

한편 KCC는 ‘현대그룹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방침 아래 증선위의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제기해 맞설 계획이다.

현대그룹과 KCC의 공방전
현대그룹 KCC
①금강종합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8만주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신청

→서울지법,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줌
①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1000만주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신청
→수원지법, KCC 손 들어줌
②금감원 및 공정위에 진정서 제출:정상영
회장 및 KCC 소유 펀드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6% 처분명령 요청

→금감원은 처분명령을 긍정적으로 고려 중,
현대그룹에 유리
②정상영 명예회장의 석명서를 신문광고에 내면서 대국민 설득 노력
→현정은 회장도 장문의 반박문을 발표하며 맞대응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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