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대책' 한달]고강도 수요억제책 '약발'…하락세 뚜렷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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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 발표 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체 아파트 시세 하락세를 주도했다. 서울 반포 저밀도 지구. 동아일보 자료사진
10·29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 발표 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체 아파트 시세 하락세를 주도했다. 서울 반포 저밀도 지구. 동아일보 자료사진
《‘10·29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은 2000년 이후 정부가 집값 급등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내놓은 일련의 대책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수요자들의 자금줄을 죄고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한편 투기지역 주택 거래에 대해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갖가지 수요억제책을 총동원했다. 대책이 발표된 뒤 한 달 동안의 부동산시장 기류는 ‘거래실종 속의 호가급락’으로 요약된다. 아파트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한편 부동산 투자자금이 아파트에서 상가 토지 등 대체투자처로 이동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10·29대책 발표 한 달을 맞이해 그동안의 집값 추이와 자금 이동 양상, 정부 조치의 진행사항 등을 종합 점검해 본다.》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호가가 꾸준히 밀리고 있으나 거래는 매우 한산하다.

대기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믿고 팔짱을 풀지 않고 있다.

호가가 급락한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저점매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바닥 다지기’로 보기에는 거래량이 너무 적다. 근근이 보합권에서 버티고 있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시세 하락세가 완연하다.

10·29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 현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세 하락세는 10∼12월이라는 비수기와 겹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망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12월 중순 이후 아파트 가격과 관련해 ‘약세지속론’과 ‘반등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가격 하락세 지속=27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주요 부동산대책 발표 뒤 1개월 동안의 아파트 매매가 추이를 비교해 본 결과 10·29 이후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10·29대책 발표 이후 매매가 상승률은 △서울 ―0.85% △경기 0.06% △전국 0.39%로 나타났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서울(―4.70%)과 경기(―2.66%)를 중심으로 급락하면서 전체 아파트 시세 하락세를 주도했다.

반면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 금지’를 골자로 한 ‘5·23 대책’ 직후 상승률은 △서울 0.90% △경기 1.43% △전국 1.03%였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9·5대책’ 때는 △서울 2.97% △경기 1.65% △전국 2.23%로 크게 올랐다.

▽저점매수로 일부 급매물 소화=서울 송파구 잠실주공과 강남구 은마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호가가 20%가량 급락한 시점에서 저점매수세가 붙기도 했다.

잠실주공에서는 7일 이후 2단지 13평형 기준 4억500만∼4억3000만원선에 나온 급매물이 팔리면서 26일 현재 최저 매도호가가 4억4000만원선으로 올랐다.

은마 31평형의 경우 20일 이후 5억5000만∼6억3000만원대에서 10여건의 거래가 이뤄져 현재 호가는 5억8000만∼7억2000만원 선. 한때 6억8000만원까지 밀렸던 34평형도 저가 급매물이 빠지면서 평균호가가 7억4000만원선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저점매수세가 곧바로 시세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은마타운공인 박호규 대표는 “내년에 취득 및 등록세가 3000만∼4000만원 오르는 걸 감안해 일부 투자자들이 연말까지 시세가 그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매입을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버티는 아파트=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들은 10·29 이후 보합 또는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권 중대형 단지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0월 29일과 11월 26일 사이 서울 강남구의 평형별 가격 상승률은 △50평형대 ―0.16% △40평형대 이상 ―0.25% △30평형대 ―1.4% △20평형대 ―2.3% △20평형대 미만 ―9.7%로 나타났다. 그동안 강보합세를 유지해 온 40, 50평형대는 지난주를 고비로 약보합세로 밀려났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26평형의 27일 호가는 4억3000만∼4억5000만원으로 10·29 직전 수준. 인근의 구현대5차 35평 역시 7억∼7억5000만원으로 호가 변화가 없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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