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랩어카운트' 독주…한달만에 3700억 육박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7시 53분


“우리는 출발선이 다르다.”

지난달 22일 각 증권사가 일제히 판매에 들어간 일임형 랩어카운트 시장에서 삼성증권의 독주(獨走)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 운용을 직접 맡아서 해주는 서비스다.

삼성증권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판매액은 한 달 만에 3700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LG투자 대우 미래에셋 동원 대한투자 등 다른 5개 증권사의 판매액을 모두 합친 금액 추정치가 1500억원을 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자산관리업계에서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삼성증권이 2년 전부터 랩어카운트 시장 확대에 주력해 온 결과로 풀이한다. 특히 자문형 랩어카운트(증권사가 고객의 자금관리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 고객인 거액 자산가들이 일임형으로 자금을 돌리면서 판매액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

삼성증권은 “앞으로 증권사의 생존 동력은 수수료 약정 경쟁이 아닌 자산관리”라는 주장을 내걸고 이 분야의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자문형 랩 상품이었던 ‘FN 아너스 클럽’ 마케팅 등에도 상당한 비용을 투자했고 전국 110개 지점에는 FA(Finance Advisor)라고 불리는 전문가를 배치했다.

삼성증권이 2001년 3월 시판한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의 판매액은 현재 1조8000억원 수준. 이는 전체 2조5000억원 규모인 자문형 랩시장의 72%에 이른다. 상당수 고객은 투자금 1억원 이상의 조건을 기본적으로 충족시키는 ‘큰손’들이다.

삼성증권 랩운용팀 우성민 과장은 “자문형에서 일임형으로 서비스를 바꾸는 고객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임형은 최저 가입한도가 3000만원이지만 이 돈의 대부분은 증권사가 직접 굴려주는 주식투자에 들어가는 만큼 부동산 등 안전자산에도 재산을 쌓아둔 부자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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