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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2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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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금융시장을 혼란으로 몰아갔던 ‘카드채 사태’가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적 성격의 조치다.
금융감독위원회는 4일 카드사의 연체율과 수익성 등 카드사들의 경영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8개 전업 신용카드사 사장들과 오찬 모임을 갖는다고 2일 밝혔다.
특히 이번 모임에서는 연체자들의 ‘채무 상환 기피’가 카드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금융기관의 채권회수 활동시간을 현재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늘리는 방안과 카드사의 추가 증자(增資)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개선조짐 안 보이는 카드사 경영=전업카드사의 쌍두마차인 삼성카드와 LG카드의 올 1∼9월 누적 적자는 각각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카드 사용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신규 연체금액은 그다지 줄지 않아 수익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으로 흡수된 국민카드를 포함한 전업카드 10개사의 경우 작년 말 91조원이던 카드자산은 8월 말 현재 65조원으로 축소되었다. 현금서비스는 60조원에서 46조원, 판매신용은 31조원에서 19조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최성일 금감원 여전감독팀장은 “당초 10월부터는 월별로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경기침체와 채무자의 빚 상환 기피로 그 시기가 훨씬 늦춰질 것 같다”며 “상반기에 카드사들이 늘린 자본금은 이미 적자폭 확대로 거의 까먹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2의 카드채 사태’ 막아야=금감원 관계자는 2일 “채권 추심시간을 오후 10시로 연장함으로써 채무자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카드사들의 채권회수 활동시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일 뜻을 내비쳤다.
또 금감위는 4일 신용카드사 사장들과의 모임에서 전업 신용카드사들이 금감위에 제출한 올해 증자계획을 모두 마무리했지만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면서 추가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팀장은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한동안 잠잠했던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카드채 상환에 나서 올 3월 카드채 사태가 재현될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했다. 일부 회사들은 증자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나 증권가에서는 ‘증자 불가피론’이 계속 나오는 실정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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