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규제정책 번복…정부 “경기 되살리기” 명분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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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도입했던 신용카드사 규제를 1년여 만에 다시 대폭 풀기로 방침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카드 소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조치는 카드 소비 확대로 이미 신용불량자가 341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잠재적 신용불량자만 더 양산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대와 30대 신용불량자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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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불량 또 부추기나” 총선用 논란

정부는 27일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장관,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최근의 경제 현안에 대한 대응책들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카드회사의 현금 대출(현금 서비스) 비중을 내년 말까지 50% 이하로 줄이도록 한 조치를 소비 진작 차원에서 2007년 말까지 3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카드사들이 시한에 쫓겨 현금 서비스 한도를 급격히 줄이다 보니 경영 압박이 심해지고 신용불량자의 양산과 소비 위축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돌려막기(기존 카드 빚을 다른 카드 빚으로 메우기)와 대출만기 연장이 수월해지면서 신용불량은 막을 수 있게 되지만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김 부총리는 또 “카드사들이 증자와 감원, 영업정지명령 등 제재조치를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연체율을 낮추고 있다”며 “금감위가 카드사 경영 상황과 연체율 현황 등을 고려해 완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세계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 투자 위축 외에 현대자동차 파업, 태풍 피해, 환율 및 유가 불안 등 새로운 돌발요인이 발생해 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각종 경기부양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채권 발행 한도를 5조원 늘리기로 했다.

또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3조원과 재해대책 예비비 1조2000억원 등을 올해 안에 가급적 빨리 집행하기로 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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