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운용계획 확정]일용직 근로자도 실업급여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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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확정한 내년 기금(基金) 운용계획안은 자체 수입은 늘리는 대신 재정에서 빌리는 돈은 최대한 줄였다. 정부 예산이 빡빡해 기금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음을 보여준다.

내년에 운용할 수 있는 기금 규모는 역대 최대인 237조2512억원. 정부는 사업비 지출 규모를 최소화해 기금 수지를 맞춘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3조3000억원 적자(赤字)가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공적자금 상환 때문이다. 올해(16조2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공적자금상환기금 14조2000억원을 편성해야 해 적자가 불가피하다. 공적자금 상환에 따른 기금 수지 적자는 2006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기금 운용 계획 (단위:원)
구분2003년2004년증가율(%)
사업비57조
6026억
58조
1167억
0.9%
기금운영비1조
1059억
1조
2785억
15.6%
정부내부
지출등
73조
8298억
87조
5144억
18.5%
여유자금운용57조
5194억
90조
3416억
57.1%
자료:기획예산처

▽증시 안전판 기능 약화=내년 기금의 특징은 여유자금이 90조3416억원으로 올해(57조5194억원)보다 57.1%나 늘었다는 것.

하지만 이 돈은 주식보다는 주로 은행예금과 채권에 투자될 예정이다. 실제 운용계획안에서는 이자 수입을 위한 은행 예치는 7조1804억원으로 올해보다 148.6%, 국채 매입은 14조8301억원으로 32.7%나 늘어난다.

반면 주식 투자는 4조7355억원으로 올해보다 2.7% 줄어든다. 그나마 순수 신규 투자분은 3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기획예산처는 이에 대해 “내년 말 연기금의 주식 보유 잔액 자체는 7조9000억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만큼 총투자 규모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업·복지 지원은 늘려=관광·영화·게임산업 관련 업체가 청소년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하면 1인당 60만원씩 최대 10개월간 지원한다. 총지원 대상은 2240명.

또 고용보험기금에서 1343억원을 투입해 내년 1월 1일부터 일용직 근로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준다. 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도 기존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조정한다. 근로자를 정년 이후 계속 고용하면 해당 기업체에 매달 30만원씩 12개월까지 지급하는 방안도 새로 도입된다.

또 주택을 완공한 뒤 분양하는 건설사에 총 2000억원을 지원해 ‘선(先)시공 후(後)분양’ 제도 도입을 촉진한다. 지원 대상은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주택건설 사업자로 연리 5.5% 안팎에서 가구당 8000만원까지다.

이 밖에 육아휴직급여를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높이고 중소기업이 법정 시행시기보다 주5일근무제를 먼저 도입한 뒤 기존 근로자를 줄이지 않고 신규 채용하면 1인당 연간 600만원씩 인건비를 보조해준다.

▽기금과 예산=기금은 ‘제2의 예산’으로 불린다. 하지만 설치방법과 운용은 예산과 다르다.

기금은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 자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예산은 일반 재정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운용된다.

또 기금은 미리 자금을 조정하고 적립해 운용할 수 있지만 예산은 원칙적으로 그해 세입을 그해 지출하도록 돼 있다.

지출 계획을 바꿀 때도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금액의 30% 이상을 변경할 때만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다. 반면 예산은 일반적인 예산편성 절차와 동일하게 국회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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