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총재 잇단 말바꾸기 금융계 “통화정책 못믿겠다"

  • 입력 2003년 9월 17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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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성장률과 경기진단을 놓고 ‘말 바꾸기’를 되풀이 하면서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계로부터 제기됐다.

박 총재는 16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1%의 달성이 어려워질 것 같아 우려 된다”고 말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9일 박 총재가 “3·4분기(7∼9월) 성장률이 예상치 2.7%에 못 미치겠지만 올해 전망치 3.1%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다.

이에 앞서 박 총재는 올해 초 “인위적 경기부양은 안 된다”고 말했다가 5월 말 갑자기 “한국 경제가 무척 어려운 만큼 적극적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며 콜금리를 전격 인하했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한은 총재의 말을 믿고 통화정책 방향이나 금리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면서 “요즘은 대기업들도 투자계획을 세우거나 경기상황을 예측하는데 한은의 발표를 거의 참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식(金聖植)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한은 총재가 성장률 전망을 어둡게 보는 단정적인 발언을 하면 투기꾼은 물론 일반인들도 금리의 추가인하와 이로 인한 부동산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부동산 투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임원은 “지금처럼 한은 총재가 신뢰를 잃으면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어 한은의 구두개입이 필요할 때에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앙은행 총재의 말은 적을수록 좋으며 말을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처럼 ‘신중함’과 ‘노련함’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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