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증시' 풍성하지 않다?…과거 6년간 마이너스 기록

  • 입력 2003년 9월 3일 17시 31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가 관심이다.

연휴가 비교적 긴 데다 연휴 직전일인 9일에는 옵션, 선물, 개별주식옵션의 세 가지 만기일이 몰리는 ‘트리플 위칭 데이(Triple Witching Day)’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세 마녀’가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면서 증시를 흔드는 날이라는 뜻. 이로 인한 물량 부담 우려 등이 겹쳐 투자자들은 눈치보기식 탐색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9월 ‘증시 한가위’는 풍성하지 않다?=9월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증시에서도 가장 수익률이 안 좋은 달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과거 100년 동안 9월에만 투자했다면 누적수익률이 ―74%가 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국내 증시도 1980년 이후 9월의 평균 수익률이 ―1.9%로 다른 달보다 낮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강한 ‘계절 효과’에 추석을 전후한 자금 유출, 장기 휴일 이후 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겹쳤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한동안 주춤거릴 수 있다는 조정론을 내놓고 있다.

한양증권에 따르면 97년부터 2002년까지 추석 연휴 이전 7일 동안 종합주가지수 평균 상승률은 매번 마이너스였다. 연휴 이후 7일 동안은 98년과 2001년에만 각각 7%, 12% 올랐고 나머지 4차례는 모두 연휴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

대한투자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과거 13년 동안 추석 이전에는 고객예탁금이 감소하고 외국인의 매수강도도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후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도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과거는 잊고 외국인 움직임을 보라”=주목할 점은 추석 이전 상승 추세가 강했던 경우 연휴가 끝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졌다는 것. 특히 수급 차원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했던 해에는 추석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올랐다.

외국인은 3일 3047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12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국 ISM제조업 지수가 개선되는 등 미국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진 상태. 이런 점들로 미뤄 증시 상승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트리플 위칭 데이의 부담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조원대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 가운데 시장에 쏟아져 나올 물량은 최대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받아줄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이들은 전망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상승할 이유가 없는 주가가 외국인 매수세에 끌려 억지로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지엽적인 국내 증시 재료나 계절효과와는 상관없이 철저히 미국 증시 움직임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7개월 연속 올랐고 9월 중순까지 새로운 ‘재료’가 없어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단기적인 출렁임이 있더라도 보유 주식은 계속 들고 있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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