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꽉막힌 中企들 외상으로 추석 쇤다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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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S사는 최근 돈줄이 거의 막혔다. 은행대출금을 제 때 못 갚는 것은 물론 공과금조차 못 낼 정도로 어려워졌다. 현대자동차의 파업 여파로 부품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40%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도 징후 기업’으로 찍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사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연중 자금수요가 가장 많은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26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47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과 추석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업체 가운데 50.0%가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원활하다’고 밝힌 업체는 9.7%에 불과. 자금 사정이 곤란한 기업들 가운데 82.8%는 외상대금 지불을 미루고 있고 24.4%는 공과금이나 세금조차 못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들은 외상대금이나 공과금을 제때 안 내면 부도 우려 기업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은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 현상이 나타난다.

자금 사정 악화의 영향 (중복 응답)
외상 대금 지급 지연 82.8%
공과금이나 세금 연체 24.4%
대출금 상환 연체 17.3%
직원 임금 체불 15.6%
할인 및 덤핑 판매 12.4%
자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40.7%로 ‘쉬워졌다’(11.5%)는 대답의 3배 이상에 달했다.

기협중앙회 정욱조 과장은 “6월 조사에 비해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2.2%포인트 늘어난 것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금난으로 중소기업들은 풍족한 명절맞이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조사대상 가운데 추석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인 업체는 71.3%로 지난해 83.9%에 비해 12.6%포인트 줄었다.

상여금의 평균지급 수준은 기본급의 77.6%로 나타났다. 50% 이하가 43.4%이고 50∼100%는 53.0%였다.

중소기업의 추석소요자금은 업체당 평균 1억4700만원으로 나타났지만 조사대상의 67.2%는 현재 9900만원 정도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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