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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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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재판을 받으면서도 사업에는 강한 애착=정 회장은 특검 수사 종료 이후 재판을 받으면서도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대북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정 회장은 지난달 4일 대북송금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한 것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법정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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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금강산 육로관광 재개를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북한을 방문하는 등 대북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했다.
또 지난달에는 개성공단 조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해 공단 조성 컨설팅업체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일본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행보 때문에 측근들은 4일 정 회장이 투신자살한 동기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특검이 대검 중수부로 넘긴 ‘150억원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7월 26, 31일, 8월 2일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투신자살 직전의 행적=정 회장은 투신하기 전날인 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구내 이발소에서 혼자 이발을 했다. 이 호텔에 체류 중인 친구 박모씨(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를 만나기 전이었다. 로비 라운지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중구 장충동 S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회장은 차안에서 가족에게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전화했다. S클럽에서는 손위 동서와 그의 딸을 만났고 이어 이들은 모두 오후 6시경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 N 식당에서 정 회장의 부인, 딸과 함께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오후 8시경 가족과 친지를 먼저 돌려보낸 정 회장은 박씨와 인근 청담동의 한 카페로 자리를 옮겨 와인 2병을 마시고 11시반경 일어섰다.
경찰에 따르면 이때까지 오갔던 대화 중에는 ‘투신자살’을 예견케 하는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시40분경 박씨를 하얏트호텔에 내려준 정 회장은 운전사 김모씨(57)에게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가 잠시 후 갑자기 “회사로 가자”며 방향을 돌렸다. 정 회장이 마음의 갈등을 느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11시52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에 도착한 뒤 정 회장은 운전사에게 “20∼30분쯤 있다 오겠다”고 말한 뒤 보안직원이 열어준 회장실 문을 통해 집무실로 들어갔다. 30여분 뒤 사옥 보안요원이 회장실을 점검했을 때 문은 안으로 굳게 잠겨 있었다.
이 시간부터 집무실 유리창을 통해 투신하기까지 정 회장은 ‘생애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족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등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 뒤 안경과 시계를 벗고 창가로 향했다.
정 회장의 부인 현모씨는 4일 오전 1시경 귀가하지 않은 정 회장의 안부를 묻기 위해 운전사 김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나 김씨로부터 “(회장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현씨는 다시 오전 5시경 전화를 했으나 이번에는 “주무시는 모양입니다”라는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정 회장이 운명을 달리할 때 부인도 잠을 이루지 못한 것. 운전사 김씨도 “곧 내려온다”는 정 회장을 기다리며 차안에서 대기한 채 눈을 붙이고 있었다.
한때 국내 최대그룹인 현대그룹의 법통을 잇는 후계자로 각광을 받았던 그가 현대사옥 건물 화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부인이 마지막으로 전화한 지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4일 오전 5시52분이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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