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국책사업]눈덩이 사업비에 경제 ‘골병’

  • 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52분


불교계와 시행사가 4월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중단됐던 경기 의정부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수락산 터널은 굴착 작업을 해야 할 중장비가 입구에 방치된 채 지금까지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불교계와 시행사가 4월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중단됐던 경기 의정부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수락산 터널은 굴착 작업을 해야 할 중장비가 입구에 방치된 채 지금까지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사’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대규모 국책사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금정산 터널공사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공사는 환경단체나 종교계 등의 반대에 부닥쳐 1년 이상 멈춰 섰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운하사업과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사업, 새만금 간척사업 등은 백지화 요구까지 나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전문가들은 환경이나 종교적 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주요 국책사업이 표류하는 데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경부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 논란에 휘말린 사업은 경남 양산의 천성산과 부산 금정산에 3개 터널과 6개의 다리를 짓는 건설공사다. 2009년 개통을 목표로 지난해 6월 일부 구간의 시공사가 선정됐다.

하지만 불교계의 반대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백지화를 포함한 노선 전면 재검토’를 공약하면서 사업이 일단 중단됐다. 정부는 이후 올 2월 말까지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가 사업자와 반대자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그 시기를 6월 말, 7월 말로 잇따라 연기했으며 현재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36.3km) 구간은 경기 양주군의 사패산터널과 의정부시의 수락산터널, 불암산터널을 건설하는 게 핵심사업이다. 이들 사업도 불교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중단됐다.

이후 사업자측과 불교계측은 두 차례에 걸쳐 노선 재검토위원회를 가동하며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아직까지 결실을 얻지 못한 상태다.

▽새만금, 경인운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사업=새만금 간척사업은 13년째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고 있다. 1991년 11월 착공했지만 96년 시화호 오염 사건이 불거지면서 사업 백지화 논란이 일었다. 99년 사업이 중단된 뒤 우여곡절 끝에 2001년 재개됐으나 지난달 15일 서울행정법원이 공사중단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여 또다시 중단된 뒤 보강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경인운하는 서울 강서구에서 인천 경서동을 잇는 폭 100m, 길이 18km의 운하를 건설하는 사업. 당초 2007년 완공을 목표로 2000년 10월경 착공 예정이었으나 환경부와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여기에 경제타당성이 부풀려졌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한때 백지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정부가 1984년부터 추진해온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설사업은 올해 초까지 20년 가깝게 사업터조차 확보하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전북 부안군 위도로 사업터가 선정됐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 위도 주민에 대한 현금 보상 논란 제기 등으로 다시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업비 급증과 국가경쟁력 저하=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업비다.

경부고속철도는 개통시기가 6개월이 늦춰지면 1조원 정도의 공사비와 교통 혼잡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사업이 변경되면 추가비용은 무려 1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도 공사중단으로 지금까지 대략 1175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생긴 것으로 시공사측은 보고 있다. 게다가 사업비에 충당하기 위해 올 1월부터 추진했던 1억달러의 외자(外資) 유치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공사가 이미 2년 정도 중단되면서 방조제 유실 등으로 인해 777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또 공사계획이 바뀌면서 사업비도 당초보다 1조9000여억원가량이 늘어났다.

경인운하는 사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은 상태여서 손실비용 계산이 어렵지만 물류비용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수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공사는 이번에도 차질을 빚을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현재 각 원전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임시저장고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의 신인도 하락과 사회적 대립 격화=정책 혼선과 사업 지연에 따른 국책사업의 잇따른 표류는 한국정부의 대내외 신인도도 떨어뜨릴 전망이다.

또 정부가 공식발표해 장기간에 걸쳐 추진해온 사업이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이해당사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 밖에도 경인운하 사업의 일부인 굴포천 임시방수로가 썩는다거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터널의 구조안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업 중단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