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삼성물산 사는 까닭은…"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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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물산 주식을 적극 매수하자 일반투자자들도 눈길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염두에 두고 ‘한 다리 건너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초부터 삼성물산을 사들이기 시작해 7월 한 달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순매수에 나섰다. 지분도 3개월간 20%에서 29%까지 높아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물산 1주로 삼성전자 2주 얻는다’=삼성물산에 대한 증권사들의 평가는 대체로 차갑다. 종합상사라는 업황 자체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데다 하반기에 주택건설 부문의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꾸준히 올라가자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59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주식 전체의 3.8%로 2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시가총액(1조2900억원)보다 많은 자산을 삼성전자 주식으로 갖고 있는 것.

따라서 삼성물산 1주를 보유하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 2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생명 상장 논의에 따라붙는 삼성전자 지분 구도의 변화 가능성은 이런 논리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의 국내 최대주주(지분 6%)인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다음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뜻하지 않게 1대 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 삼성생명이 상장된 뒤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를 막는다는 등의 이유로 의결권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주가 수준을 보아도 삼성물산의 가격이 훨씬 매력적이다. 삼성전자는 주당순자산가치(PBR)가 약 2.5배인데 비해 삼성물산은 0.37배로 주가 역시 8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채원 동원투신운용 투자자문본부장은 “외국인들이 싼 주식을 사서 블루칩 주식의 이익까지 챙기는 일종의 ‘대체투자’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다리 건너 투자하기=이처럼 지분관계로 연결된 기업이나 자회사의 이익을 보고 투자하는 방식은 지분법 등을 염두에 둔 일종의 ‘지주회사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소규모 건설업체인 태영이 알짜배기 사업인 서울방송(SBS)을 자회사로 둔 사실이 부각되면서 한때 주가가 치솟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국내 공중파 방송국 주식을 살 수 없는 외국인이 대신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었던 덕분이다.

동서와 동서식품,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의 관계를 고려한 투자는 물론 최근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주식을 사들인 것도 SK텔레콤을 염두에 둔 우회투자라는 분석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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