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즈 오먼의 돈의 법칙 "진실이 돈을 만든다"

  • 입력 2003년 6월 9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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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사 카메라맨인 샘은 1999년 친구들의 권유에 따라 살고있던 집을 잡혀 돈을 빌린 뒤 당시 잘 나가던 시스코사 주식에 투자했다.

주가가 올라 하루가 다르게 재산이 불어나는 기쁨도 잠시. 2000년 초 IT 버블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샘은 지금 집과 여자친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패트릭은 카드회사 채권 추심원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소원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던 그는 남아메리카로 여행을 가자는 친구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돈이 없어 비용 5000달러는 카드로 계산했지만 이후 경기가 나빠 일자리를 잃었고 물이 새는 집을 수리하고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3만3000달러의 카드 빚을 졌다.

샘과 패트릭의 이야기는 미국의 유명한 여성 파이낸셜플래너(CFP)이자 자산운용에 관한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수즈 오먼(Suze Orman)이 상담한 실제 사례다.

새 천년을 맞자마자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20년 가까이 강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미국에는 '파산'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한탄과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TV와 라디오를 통해 이들의 아픈 사연을 듣고 처방을 제시해온 오먼은 최근 펴낸 세 번째 저서 'The Laws of Money, The Lessons of Life'(Simon&Schuster Inc.)에서 말한다.

"어떤 사람은 어려운 때에도 번영하고, 어떤 사람은 좋은 시절에도 그러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경제적 곤경을 이기고 더 강해지지만 다른 사람은 그 폭풍에 휩쓸린다. 전자는 본능적으로 '돈의 법칙'을 이해하고 위험을 피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돈의 법칙인가.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오먼은 이 책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그러나 매우 철학적인 다섯 가지 돈의 법칙을 제시한다.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돈의 법칙에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상담자들이 실제 체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 담겨있다.

이 교훈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진실은 돈을 만들고 거짓은 그것을 빼앗아간다

오먼은 말한다. 자신이 실제로 가진 것보다 더, 혹은 덜 가진 것처럼 보이려 한다면 당신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

오먼은 첫 사례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증권 브로커 생활을 하다가 독립한 뒤 그녀는 한 때 돈이 많은 척 보이기 위해 흥청망청 돈을 써 댄다. 파산 직전에 이른 그녀는 어느 순간 어리석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을 그녀는 "신의 용서"라고 말한다.

동생이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패트릭의 경우처럼 친구가 비싼 해외여행을 가자고 할 때 그럴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척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엔론과 월드컴의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는 거짓말로 부와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거짓말이 탄로 나면 재정은 파탄상태에 이른다.

자신의 재정 상태에 대해 진실할 것. 이것이 첫 번째 돈의 법칙이다.

▲당신이 과거에 가졌던 것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보라

오먼에 따르면 샘은 이 법칙을 어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는 81달러까지 올랐던 주식이 15달러로 폭락하는 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사서 '물 타기'를 했다. 15달러 하는 현재의 주식이 아니라 81달러하던 과거의 주식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이다.

오먼은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을 손절매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들고 있다"며 과거의 포트폴리오는 과감하게 던져버리라고 권한다.

존재하지 않는 과거에 매달려 현재를 낭비하는 것은 전혀 건설적이지 않으며 과거의 환상 때문에 현재 자신이 처한 재정적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돈을 버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당신의 돈에 대해 옳은 일을 하기 전에 당신 자신에게 옳은 일을 하라

선뜻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원칙. 그러나 알고 보면 가장 쉽고 당연한 원칙이다.

경제적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신을 맨 중심에 놓고 생각하라는 것. 당신 돈의 목적은 돈을 더 버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더 안전하고 자유롭다고 느끼고 당신의 인생을 더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돈의 목적이다.

오먼은 말한다. 돈은 수단에 불과하다. 사람의 인생보다 이 세상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비용(Unknown)보다 알려진 비용(Known)에 먼저 투자하라

가장 실용적인 원칙. 식비 집값 교통비 등 생활비와 빌린 돈, 은퇴자금 그리고 자신과 주변 사람의 장례비 등등. 모두 반드시 필요하거나 언젠가는 한번 꼭 필요한 돈들이다.

돈이 있다면 먼저 여기에 투자하고 또 여기에 쓸 돈을 준비하라고 오먼은 말한다. 특히 은퇴와 죽음은 만약(if)이 아니라 언제(when)의 문제여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실직, 사고, 가정의 위기, 나와 가족의 질병, 장애, 뜻하지 않은 이혼 등은 '알려지지 않은 비용'이다.

오먼은 은퇴자금과 같은 꼭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은퇴를 앞두고는 절대 주식투자를 하지 말 것이며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분산투자할 것을 권한다.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을 항상 기억할 것

오먼이 제시하는 마지막 법칙은 앞의 네 법칙을 포괄한다.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먼저고 돈이 다음이고 물건이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돈에 생명과 힘을 주는 것이고 당신이 돈을 많이 혹은 적게 가지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당신은 그 돈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오먼은 마지막으로 조언한다. "돈의 법칙에 따르는 사람들을 사귀어야 한다. 돈의 법칙을 어기는 사람을 친구로 선택한다면 뼈저린 삶의 교훈을 얻을 뿐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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