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도입 10돌…21세기 화두는 '天才경영'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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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 영빈관에서 이건희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전자부문 사장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 영빈관에서 이건희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전자부문 사장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10년 전에 한 말이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양(良)에서 질(質)로의 변화’를 강조한 ‘신(新)경영’을 외쳤다. 당시 한국 경제계에 널리 퍼진 외형 중시의 사고를 품질과 기능 중시로 바꿔야 한다는 것. 남보다 앞서 변화를 추구한 덕분에 삼성은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이번에는 ‘마(魔)의 1만달러 넘기’와 ‘나라 위한 천재 키우기’를 화두로 내세웠다. 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신경영 10주년’ 기념 사장단회의를 주재한 이 회장은 10년 전과 다름없이 비장했다.

이 회장은 “지금 우리 경제는 과거 선진국들이 겪었던 ‘마의 1만달러 불경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당장의 제몫 찾기보다 파이를 키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돌입하기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면서 “2만달러 시대가 되면 의식주 문제가 해결돼 노사문제나 집단이익을 위한 사회혼란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 등 50여명의 사장단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10년의 성과와 다가올 10년에 대한 대비책이 집중 논의됐다.

1993년 이후 삼성그룹의 매출액은 연간 41조원에서 141조원으로 3.4배, 세전 이익은 5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28배 늘었다. 수출액은 작년 312억달러로 전체 국가 수출의 20%, 상장사 주가총액의 27%를 차지하는 등 국가 경제에 막대한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D램 반도체,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전화(CDMA) 등 세계 1등 제품을 19가지 갖고 있으며 보험 증권 등 금융 분야에서도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세계 초일류기업을 향해=삼성은 2010년 비전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정했다. 매출액은 270조원, 세전 이익 30조원으로 지금보다 각각 2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이를 위해 4대 전략으로 △핵심 우수인력 확보 육성 △어떤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강건한 경영체질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 △정도경영 투명경영을 통한 사회 친화적 경영을 제시했다.

‘인재경영’은 이 회장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핵심 중의 핵심. 이 회장은 이날 “제2의 신경영은 나라를 위한 천재 키우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석·박사 1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날 “신경영을 하지 않았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면서 “신경영의 성과를 국가 경제위기 극복과 국민생활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확산시키자”고 사장단에 당부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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