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辛회장家 주식이동 활발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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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상속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3월말부터 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 회장과 자녀들 사이에 주식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내부거래는 롯데 계열사가 신 회장 자녀들이 가진 비상장주식을 사들이고 자녀들은 이 매각 대금으로 신 회장의 상장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분거래 어떻게 이뤄졌나=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4월말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辛東主) 일본 롯데그룹 부사장과 차남인 신동빈(辛東彬)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이 각각 갖고 있던 롯데쇼핑 주식 11만주를 185억원(주당 16만9000원)에 매입했다.

롯데건설은 또 신 회장이 갖고 있던 롯데산업 주식 1만3300주를 113억원(주당 85만원)에 샀다.

이에 앞서 3월말에는 신 회장은 롯데제과 주식 1만7000주를 증시에서 팔았고 이 주식은 신동빈 신동주 신영자 등 3명의 자녀가 사갔다. 5월초에는 신 회장이 롯데칠성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7300주를 시장에서 팔고 3자녀가 골고루 나눠서 매입했다.

이러한 주식거래는 신동빈 신동주 두 아들의 롯데제과 롯데칠성 지분이 5% 미만이어서 이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대주주와 롯데건설간의 비상장주식 거래는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주식을 자녀들이 사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누가 승계하나=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상속 작업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경영권의 향배조차도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그룹 내부에서는 신 회장이 여전히 열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판에 승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본 롯데는 장남 신 부사장이, 한국 롯데는 차남 신 부회장이 맡는다는 게 정설로 굳어진 상태다.

물밑 승계 작업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한국 롯데의 가장 큰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신 부회장이 21.74%, 신 부사장이 21.73%로 최대주주다. 신 회장의 지분은 1.77%에 불과하다. 또 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삼강 등 식음료 3사도 두 아들이 조금이지만 ‘공평하게’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 롯데그룹 상속의 ‘키’는 사실상 롯데호텔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호텔은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산업 한국후지필름 롯데기공을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데다 이밖에 식음료 3사 등 다른 계열사 지분도 꽤 보유하고 있다. 그룹도 롯데호텔이 계열사간에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롯데호텔이 일본 롯데의 주요 계열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외자기업이라는 것. 일본 롯데의 지배 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호텔을 누가 물려받느냐는 게 상속의 핵심”이라며 ‘결국 일본 롯데의 향방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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