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절박한 심정으로 한미동맹 복원 주력

  • 입력 2003년 5월 1일 16시 37분


재계가 최근 악화된 한·미(韓美) 관계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를 막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뛰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11일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 및 우호 분위기 조성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차 그룹 등 대기업 '빅3' 총수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장은 노 대통령과 동행해 한국 신인도 향상에 앞장설 계획이다. 특히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직접 대통령의 해외 방문을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풍산, 한화, 코오롱 등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일가와 인연이 있는 그룹 총수들도 발 벗고 나서 한미 중재역을 맡기로 했다.

1일에는 손길승(孫吉丞) 전경련 회장, 조양호(趙亮鎬) 대한항공 회장, 현재현(玄在賢) 동양시멘트 회장, 김진현(金珍鉉) 효성 고문, 강찬수(康燦守) 서울증권 회장 등 재계 인사 10명이 경기도 의정부 미 제2사단 사령부를 방문해 미군 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이므로 전략적 관점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경제계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우호증진 프로그램들을 설명한 뒤 한미 동맹관계를 위한 이러한 노력을 주한 미군 및 미국 내 인사들에게 널리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재계가 이처럼 한미 관계 복원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과거와 달리 경제와 정치가 따로 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 전경련 한미협력팀 장국현(張國鉉) 상무는 "최근 북한 핵, 주한미군 재배치, 반미감정 등 지정학적 요인이 기업 활동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들은 통상마찰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한국 정부와 기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재계가 대거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 외에도 한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부시 전 대통령(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을 한국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으며 6월에는 정부와 함께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7월에는 한미 재계 회의를 갖는 한편 6.25전쟁 정전 50주년을 맞아 미국 재향군인 방한(訪韓) 프로그램을 후원할 계획이다. 또 주한미군을 후원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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