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 급등…'사스대박' 나올까?

  • 입력 2003년 4월 23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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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휘둘리고 있다.

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3월 중순 이후 대한항공 등 항공주 주가는 일제히 내림세를 탔다. 대한항공 주가는 최근 5일 연속 밀리면서 20%가량 떨어졌다.

반면 ‘사스 수혜주’로 거론되는 일부 제약주들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펜타글로빈’이라는 생물학적 제재를 수입 판매 중인 고려제약의 주가는 3월 중순 이후 한 달 만에 3배로 올랐다. 많아봤자 2500주 정도에 그쳤던 하루 거래량은 요즘 20만주를 오르내린다. 항생제 매출 비중이 높은 일성신약(80%), 국제약품(20%), 제일약품(15%) 등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사스 수혜주’라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한국에서 사스 감염자가 다수 나타난다고 해도 이 정도의 주가 급등을 합리화시켜줄 만한 이익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사스 수혜 공방=최대 관심종목은 고려제약. 이 회사는 4일 “지난해 초 수입해 팔기 시작한 펜타글로빈이 사스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공시를 냈다. 이 회사 박상훈 전무에 따르면 펜타글로빈은 본래 장기이식 수술을 받아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몸에 기능을 강화한 면역 물질을 집어 넣어 주는 생물학적 제재다. 박 전무는 “이 제재가 사스 치료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객관적으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홍콩의 퀸 메리 병원에서 사스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 중”이라고 전했다.

사스의 매출 증대효과와 관련, 박 전무는 사스 환자 1명당 펜타글로빈 매출이 1200만원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펜타글로빈 매출은 3억∼4억원. 사스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원이다.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사스 치료는 기존의 치료제를 이것저것 섞어 처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므로 현재로선 대박을 터뜨릴 만한 치료제는 없다”고 밝혔다.

SK증권 하태기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제약주들의 주가 급등은 사스 수혜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주가수익배율이 4배를 밑도는 저평가 상황에서 주가가 사스 확산을 계기로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일부 종목의 주가는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투자 유의점=이들 종목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적정주가 수준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또 기관과 외국인이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도 공통점. 따라서 주가가 언제 어떤 형태로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등 전에 몇몇 투자상담사가 작전을 제의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이성원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이 300억원 미만인 중소형주에서 이 정도로 물량이 터지는 것은 분명히 과열”이라며 “개인들로선 손대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권고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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