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이라크전 우려-인터넷대란 꼬리문 악재 600선 붕괴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20분


증시가 다시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주가는 기업가치에 비해 싸졌지만 주가를 상승세로 돌려놓을 계기(모멘텀)를 찾기 힘들다.

악재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매물이 조금만 나와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한다.

증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있어 얼마나 더 떨어질지에 대한 예측도 의미가 없어진 상태이다. 전저점(장중 576.49, 종가 584.04)은 지켜질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지만 일부에서는 480∼52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나온다.

▽악재는 쌓이고, 호재는 없다〓주가를 끌어내리는 가장 큰 요소는 불확실성이다. 미국-이라크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유가는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짧은 회복 뒤에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에 들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북한핵 문제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으로 투자심리는 싸늘하게 식은 상태. 증시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해야 할 기관들은 추가손실을 막기 위한 ‘손절매’에 나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주 말에는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기관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북한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해 12월20일 이후 한국 주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기업실적이 안 좋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전저점에서 반등이 기대되나 추세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자와 팔자의 불균형…환금성마저 우려〓‘황제주’인 롯데칠성은 27일 거래가 전혀 없었다. 매도호가는 60만3000원이었지만 매수호가는 58만4000원이었기 때문.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주가는 7000원(1.15%) 떨어진 60만3000원이 됐다.

이날 거래소의 거래형성률은 94.65%. 약 5.5%에 이르는 46개 종목은 거래가 1주도 이뤄지지 않았다. 거래량이 100주 미만인 종목도 50여개나 됐다. 이 때문에 주식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환금성마저 확보되지 않는 종목이 많아지고 있다.

대한투신증권 장만호 경제연구소장은 “국내 기관이 주식을 내다 팔고 외국인은 관망하면서도 매도 우위에 서 있어 주가는 아주 적은 매물로도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은 “저가 매수보다는 반등하면 팔겠다는 투자자가 많아 주가는 한 단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버틸 수 있어야 돈 번다〓심리적 공황(Panic)에 빠져 기관이 손절매를 하고 개인이 투매에 나선 뒤에 주가가 급반등하는 경우가 많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됐지만 불확실성으로 상승세로 돌아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투매 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최후까지 버티는 사람이 반등 때 웃을 수 있다”고 밝혔다.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상무는 “종합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 보다 600 아래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며 “미-이라크 전쟁 등 장외 악재로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 만큼 2·4분기 이후 오름세로 돌아설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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