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투자 보류 잇따라…'北核-反美감정 우려' 표명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30분


최근 미국 등 외국의 기업인들이 북한 핵문제와 한국의 반미감정 등을 걱정하며 투자를 보류할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장국현 국제본부장은 10일 “미국 기업인들이 불안해서 투자할 수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장 본부장은 “외국인은 한국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의 잠재력이나 투자환경을 더 높게 평가한다”면서 “최근의 반미감정은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 경제인들은 19∼21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16회 한미 재계회의’ 운영위원회에서 한국의 반미감정을 우려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 재계회의 미국측 파트너인 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경련에 보내온 성명서 초안에서 “반미감정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Anti-US sentiment must not be allowed)” “한국에서 안보문제가 악화되면 투자환경이 악화된다”는 등 강한 어조로 한국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투자 보류 잇따라=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의 태미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내 주요 언론들은 연일 한국 내 반미 감정을 대서특필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 상품에 대한 보이콧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윌리엄 오벌린 AMCHAM 회장도 “반미 촛불시위는 민주주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성조기를 태우는 것과 같은 과격행위는 미국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한 외국 기업인들은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듀폰코리아의 나이젤 버든 사장은 “나와 가족들은 호주인이다. 그런데 미국인과 거의 구별이 가지 않아서인지 가족들이 길거리에서 언어폭력 등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AMCHAM에 따르면 한국 투자를 추진하던 몇몇 외국 대기업은 올해 초 일단 투자를 보류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한 외국기업 대표는 “반미감정이 해를 넘겨 계속되면 보류가 취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본사에서 더 심각한 반응=주한 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보다 미국 본사에서 한국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언론에 비치는 한국 내 반미감정은 매우 위험할 지경이며 본사 경영진은 자주 한국 지사에 전화를 걸어 현지 상황을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오히려 한국 현실을 모르고 지나치게 과민반응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한미 재계회의 미국측 운영위원들은 대부분 방위산업체와 철강업체 등”이라면서 “이들이 특히 북한 핵사태나 반미감정에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트리히 폰 한슈타인 주한 독일상공회의소 회장도 “2차 대전 후 독일에서도 반미 감정이 높았던 적이 있어 한국인들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주고받아야 할 관계이므로 한국인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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