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황영기사장 “주식거래 약정규모 경쟁 탈피”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7시 44분


고객에게 불필요한 매매를 권유해 증권사의 수익을 올리던 관행에 삼성증권이 스스로 메스를 들이댔다.

황영기(黃永基·50·사진) 삼성증권 사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로 본사를 옮긴 뒤 “영업직원 평가를 현행 약정규모에서 고객의 예탁자산 규모와 수익률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자산이 얼마나 늘었고 수익률이 높아졌는지(45%) △고객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지(25%) △회사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20%) 등으로 평가하겠다는 것.

황 사장은 “지난해부터 약정경쟁을 하지 않도록 해 자기매매 등 불법매매는 줄었지만 성과보수가 약정에 연결돼 불필요한 매매를 권유해왔다”면서 “주식보유 비중이 22%에 불과한 개인의 거래대금이 73%를 차지한다는 것은 매매가 잦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의 이러한 시도는 증권사 수익이 더 이상 잦은 거래를 통한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황 사장은 “온라인증권사의 등장으로 평균 수수료율은 99년 0.48%에서 올해는 0.20%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수입은 예탁자산, 수수료율, 거래빈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수수료율은 낮아지고 거래빈도는 더 많아지기 어려워 앞으로의 경쟁은 예탁자산을 늘리는 데 달렸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당장에는 약정이 줄어 수수료 수입이 줄겠지만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예탁자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증권사와 합병하거나 지점을 늘리는 등의 인위적 ‘몸집 불리기’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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