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특집]현장에서/이젠 재미있어야 먹는다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31분


요즘 식품업계의 큰 트렌드는 ‘건강’과 ‘편리함’입니다. 광고만 들으면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는 듯 느껴지는 기능성 식음료들이 범람하고 있죠. 집의 음식을 대체한다는 의미의 ‘HMR’(Home Made Replacement)식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즉석 조리식품의 개념을 뛰어넘어 ‘어머니의 손맛’까지 담았다는 고등어조림 등 각종 음식들이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워서 먹으면 되는 상태로 나오죠.

해마다 이맘때면 주부의 마음을 바쁘게 하던 ‘김장’에서 이런 풍속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주부 10명 중 7명은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먹을 생각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죠. 반면 어머니 손맛을 광고하는 상품 김치를 사서 먹는 이들이 10명 중 2명 이상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고추장을 담가 먹는 사람이 드물게 됐듯이 김치도 비슷한 수순을 밟는 느낌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 색다른 트렌드가 보여 주목됩니다. 건강과 편리함을 기본으로, 재미와 가벼움을 더한 식품입니다.

권총 모양으로 생긴 포장용기의 방아쇠를 당기면 초콜릿이 튀어나오는 식의 ‘펀’(Fun·재미) 포장이 생겨나고 검은색 두유, 노란색 콜라 등 발상을 전환한 제품도 있습니다. 최근 나온 빙과 ‘옥동자’(TV 개그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처럼 듣는 순간 웃음 짓게 만드는 브랜드도 있죠.

비타민 시장도 한 예가 됩니다. 한국인에게 비타민은 약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사는 ‘약’입니다. 하지만 비타민의 엄숙한 이미지는 최근 많이 깨지고 있는데요, 얼른 보면 조잡한 느낌의 통에 담겨 편의점 진열대에 초콜릿이나 껌과 나란히 배치된 제품들이 나왔습니다. 껌을 사듯 비타민을 사 먹을 수 있죠.

배를 채우기 위해 살다, 배부른 김에 맛을 찾아 헤매고, 결국 건강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 듯 했지만 이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게 식품의 발전 과정인 셈입니다.

소비자의 욕구가 변하고 있고 기술의 발달로 인해 품질만으로는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게 된 식품업계의 마케팅 차별화가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흐름은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헌진기자 경제부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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