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삼성 "내년 인력 동결"…경제성장률 4% 전망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38분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내년도 나라 안팎의 경제환경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고 긴축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각 그룹이 “꼭 필요한 투자는 과감하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반적인 인력동결과 경비절감은 불가피할 전망.

8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말 각 계열사에 ‘내년 사업계획 가이드 라인’을 보내 인원을 동결하고 비용은 10%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짜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 지침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4.0%, 환율은 1달러당 1100원, 회사채 수익률은 8.0% 등으로 잡았다. 이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6%대로 예상하는 정부나 민간 연구소의 일반적인 전망보다 매우 ‘비관적’인 것.

또 수익성이 낮거나 미래의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를 분사시키거나 매각하는 등 ‘상시 구조조정’ 노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수인력 유치나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는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G그룹은 지난달 10일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미래를 위한 준비는 철저히 하되 투자는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라”고 밝힌 이후 내년 사업계획의 화두를 내실경영으로 삼았다.

LG그룹 관계자는 “미국경제의 이중침체, 이라크 전쟁 장기화, 국내 불안요인 등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3∼4%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제로 ‘현금의 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에 비중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지털TV나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 그룹도 최근 마련한 내년도 사업계획 작성 지침서에서 환율인하(원화가치 상승)에 대비해 일반경비와 판매관리비 등 경상예산을 5% 삭감해 달라고 계열사에 주문했다. 또 인력은 현재 수준보다 늘리지 않는 선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그러나 긴축경영을 하는 대신 생산성을 높여 내년 매출목표는 올해보다 9.3% 늘어난 27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SK그룹은 세계경제의 불안정이 장기화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안정기조 안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투자는 기업경영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확대하되 에너지 화학 생명과학 등 연구개발 분야의 투자는 최대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5.6% 정도로 예상하고 내년도 총투자를 올해와 비슷한 4000억원 정도에서 묶기로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인수한 대한생명의 정상화에 그룹의 전체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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