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계좌추적 고의 회피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11분


대북(對北) 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가 현대상선에 대한 금융 계좌추적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00년 6월 반기보고서에서 산업은행 당좌대출금 3000억원을 부채로 기록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계좌추적권을 가진 정부 당국은 지금까지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권한보다는 할 수 없는 근거를 내세워 계좌추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재경부와 금감원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빌려준 4900억원의 사용처를 밝히기 위한 계좌추적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도 3일 상당한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없는 한 현대상선을 상대로 계좌추적을 할 수 없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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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조계 및 금융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 △현대상선의 분식회계 여부를 밝히기 위해 계좌추적을 할 근거가 있고 △개인의 예금비밀 보장보다는 정부출자은행인 산업은행의 대출내용을 규명해야 하는 공공성이 강한 데다 △금융실명제법상 비밀보장의 예외조항을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계좌추적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법학)는 “정부는 대출금 4억달러를 북한에 넘겼는지에 대한 의혹을 국민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면서 계좌추적을 촉구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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