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우車 정리]부평공장 6년내 조건부 GM 편입

  • 입력 2002년 9월 30일 17시 23분


역사는 돌고도는 것인가. 92년 10월말 국내 자동차 합작법인의 지분을 대우그룹에 넘기고 철수했던 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10월 중순 대우자동차 핵심 생산설비를 법적으로 넘겨받아 GM대우를 출범시킨다. 10년만의 복귀다.

대우차는 부도후 법원의 관리를 받은 지 22개월만인 9월30일 법원에 제출한 정리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통과돼 ‘GM대우’ 출범의 가장 중요한 법적 절차를 매듭지었다.

▽마지막까지 피말린 정리계획 〓이날 관계인집회 표결 참가비율은 무담보 정리채권과 담보채권이 각각 84.7%, 92.2%(채권액 기준).

최소 통과기준인 67%, 75%를 여유있게 뛰어넘는 결과다. 그러나 대우차가 지난달 중순 파악한 무담보채권 찬성률은 60% 초반에 머물러 “또다시 정리계획이 표류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종대(李鍾大)회장은 협력업체 ‘설득조’까지 운영했다는 후문. GM과의 매각 본계약도 11월말까지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자칫 GM이 시장철수를 고려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10년만에 복귀한 GM〓정리계획에 따라 대우차 설비는 5개로 나뉘어 처리된다. 군산 창원 베트남공장과 9개 해외 판매법인이 GM대우로 넘어가고 부평공장은 △연 4%의 생산성향상 △GM이 정한 평균 노사분규 시간 및 품질기준 △2교대 6개월 연속가동 등의 조건을 채우면 6년내 GM대우에 편입된다.

한익수 부평공장 공장장은 “와해된 해외 판매망만 살아나면 2교대 근무나 생산성 조건은 큰 문제 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때 ‘세계경영의 상징’이었던 대우차의 폴란드 루마니아 등 생산설비는 ‘차포를 뗀’ 잔존법인에 남아 청산이나 매각을 기다리게 됐다.

▽GM대우의 과제〓신설법인의 출자(GM 4억달러, 채권단 1억9700만달러)와 장기자금(20억달러) 지원문제가 남아있다. 일부은행들이 20억달러중 7억5000만달러를 6%의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데 난색을 표시하고 있지만 대세는 지원쪽으로 기우는 상황.

오히려 GM대우가 가장 신경써야 할 대목은 전차종 생산체제를 갖춘 현대·기아차와의 치열한 내수경쟁. 특소세 인하효과가 사라져 침체기미를 보이는 자동차시장도 걱정거리다.

서울증권 최대식(崔大植) 애널리스트는 “대우차는 스포츠유틸러티 차량(SUV)쪽 라인업이 부족한 것이 큰 단점”이라며 “하지만 기존 생산설비로도 GM의 브랜드 이미지에 힘입어 과거 전성기 때 올렸던 2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김조근 이사는 “GM대우와 대우자판과의 연결고리가 예전같지 않아 GM대우는 앞으로 자체 영업대리점을 많이 모집할 것”이라며 “향후 1, 2년은 현대·기아 르노삼성 GM대우간에 영업망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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