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장은 27일 이화여대 집무실에서 2시간여 동안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경평위의 평가내용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정부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평위는 대한종금에 대해 즉각 폐쇄 권고인 E등급 판정을 했지만 정부가 다른 회계법인을 지정해 재실사한 뒤 영업재개를 승인했다.
“우리한테는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경평위는 4개 종금사 폐쇄조치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정부는 한솔(부산)과 대구종금(대구)은 즉각 문을 닫도록 했지만 전주에 기반을 둔 대한종금과 삼양종금은 결정을 1개월 늦추더니 대한종금은 재실사를 받도록 했다. 그 후 영업재개 조치가 떨어졌다.”
-대한종금은 경평위 평가 후에 유상증자에 성공해서 결과적으로 회생 요건을 갖춘 것 아닌가.
“회사 자구계획을 보면 대한종금에서 돈을 빌려간 기업들이 증자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뻔한 것 아니냐. ‘물타기’ 증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돈을 넣어 형식요건만 갖추겠다는 뜻이다.”
-판정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났는데 그때 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나.
“정부로부터 우리 보고서와 관련해 어떤 질문도 받은 적이 없다. 당시는 정부 요청으로 일을 한 입장이어서 외부에 보고서를 밝힐 수 없었다.”
-지난해 감사원 특감 때 조사 받지 않았나.
“평가위원장인 나를 왜 부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부실종금사 문제는 감사원 특감뿐만 아니라 검찰수사도 했는데 나보고 오라는 얘기가 한번도 없었다.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경평위 보고서가 왜 묵살됐다고 생각하나.
“경평위가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YS 정권 말기였다. 그런데 우리가 2차 보고서를 낸 것은 현 정부 출범 사흘 뒤인 98년 2월 28일이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평가 잣대가 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 결정에 외압이 작용했다고 보나.
“당시는 정권교체기여서 어수선했다. 새 정부가 마무리를 잘 지었어야 하는데 제대로 안 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경평위 활동이 정부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 아닌가.
“경평위에는 변호사 회계사 교수 등 전문가 10명이 참여했다. 우리 일에 객관성을 부여하려고 매킨지 직원도 고용하고 아서 앤더슨 직원도 뽑았다. 세계은행과는 수시로 의사교환을 했다. 우리의 판단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 종금사 경영정상화계획 평가위원 명단 (활동기간: 97년12월29일~98년2월25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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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는 경평위 결정대로 따랐다고 하는데….
“지금 금감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그 해명은 거짓말이다. 자신들이 한 일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국정조사 특위에서 증인으로 부른다면….
“기꺼이 나가겠다. 전문가들은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정부가 잘못된 결과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안 된다. 경평위 위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