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公-예보, 비자금 1억달러 조성 의혹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24분


외환위기 이후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 대출채권(債權)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27일 국회 정무위의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미국내 모 한국계 은행에 비자금 1억달러(약 1200억원)가 예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회수작업에 간여한 관계자로부터 실명(實名)으로 제보를 받았으며 현재 사실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비자금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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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산관리공사와 예보가 해외채권을 회수할 대행업체를 선정하고 회수작업이 이뤄지는 기간에 대통령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예보 전무였고, 채권관리 및 회수대행 업체인 미국계 A사에는 이형택씨의 동생인 이정택씨가 고문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채권 회수 과정에 이 여사의 친척과 지인들이 관련돼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A사와 함께 대행업무를 한 미국계 T사의 한국인 H회장은 이 여사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K씨의 인척”이라며 “K씨는 이 여사와 이화여전 동기로 이 여사가 젊은 시절 미국 유학을 떠날 때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날 A사 및 T사가 대행사로 선정된 경위와 수수료에 대해서도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 예보, A사, T사는 모두 “비자금 조성 및 대행사 선정과정에서의 특혜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 의원의 주장을 부인했다.

또 청와대 김기만(金基萬) 부대변인은 “이 여사가 K씨와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T사나 H회장은 전혀 모른다”면서 “최소한의 사실확인 작업도 거치지 않은 불확실한 제보를 국감장에서 공개한 것은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H회장도 “장인이 K씨의 외사촌동생이지만 K씨와는 10년전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면서 “이 여사와는 안면이 전혀 없으며 특혜를 받은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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