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 회수금 조작 차액 빼돌려"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54분


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이 27일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외환위기 후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가 제일은행 및 서울은행의 해외 대출채권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비자금 1억달러가 조성됐다”고 주장해 이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의원은 또 채권 회수 및 관리를 대행한 A사와 T사에 대해 권력층의 비호 의혹을 함께 제기함에 따라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그가 구체적으로 실명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날 국감 질의의 앞뒤 문맥을 보면 권력 핵심부를 겨냥한 듯한 뉘앙스가 적지 않다.

▽비자금 조성 주장의 진위 여부〓이 의원측이 ‘제보 내용’을 토대로 밝힌 비자금의 조성 경로는 두 가지.

첫째는 자산관리공사가 맡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채권 4억7506만달러를 회수하면서 실제 회수대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비자금 5000만달러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예보가 맡은 해외채권 등 6억3000만달러 가운데 상각채권 1억4500만달러의 회수 내용 등을 조작해 5000만달러를 추가로 만들어 미국 내 한국계 은행에 예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보 담당자는 “상각채권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이나 담보가 없어 은행이 회수를 포기한 채권”이라며 “이를 이용해 5000만달러에 이르는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산관리공사와 대행사들도 비자금 조성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력층 비호 있었나, 없었나〓이 의원은 ‘권력층 비호의혹’을 제기하면서 몇 가지 정황을 설명했다.

우선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친정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예보 전무였고 이씨의 동생인 이정택씨는 채권관리 및 회수대행 업체인 미국계 A사의 고문으로 일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A사는 현 정권 실세들의 자제를 여러명 취업시켰고 T사 H회장은 당시 자산관리공사 사장인 J씨의 고교 1년 후배”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 6월부터 2001년 5월까지 당시 이형택 예보 전무와 자산관리공사 J사장, 대행사인 A사의 K부회장, 또 다른 대행사인 T사의 K회장 등이 경기 용인의 한 한정식 집에서 수시로 모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회장은 “4명이 함께 밥을 먹은 적도 없고 권력층의 비호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행사 선정 과정과 수수료 과다지급 문제〓자산관리공사가 A사(T사는 A사의 하도급업체)와 대행계약을 한 것은 1999년 10월. A사와 P사 등 13개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점을 매긴 다음 최고 점수를 받은 A사를 대행사로 선정했다고자산관리공사는설명했다.

이 의원은 “자산관리공사가 P사의 점수를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A사가 대행업체로 선정됐다”면서 “내부 직원들끼리만 심사를 한 절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측은 “P사의 점수를 잘못 계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수수료 과다 지급에 대해서는 감사원도 “자산관리공사가 손익 상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계약내용을 바꿔 결과적으로 2001년 5월 말 현재 수수료가 1295만달러 더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는 “변호사 비용 등 실비를 줄이고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로 성공보수 조항을 본 계약에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사와 T사의 채권 회수대행 내용
관리기관대상채권채권액면가(달러)인수가(달러)회수액(달러)수수료(원)
자산관리공사제일 서울은행 해외채권4억7506만7439만2억274억
예금보험공사제일은행 해외채권정상 및 부실채권3500만3500만2700만42억
상각채권1억4500만070만
퇴출 종금사 채권(완료)4억5000만1억8800만1억700만
합계6억3000만2억2300만1억3400만

(자료: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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