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실기업 경영자 20명 신용카드 27억 ‘펑펑’

  • 입력 2002년 9월 19일 16시 37분


기업 경영 실패로 공적자금 투입의 원인을 제공했던 신원 진도 우성식품 고합 아남건설 등 16개 부실기업의 경영자 20명이 98년 이후 3년 동안 국내외에서 골프 카지노 쇼핑 등에 신용카드로 27억여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 절반인 10명은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결과 재산이 전혀 없어 공적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재산추적이 허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19일 “감사원을 방문해 자료를 열람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신용카드 사용내용을 확인했다”며 감사원 자료를 손으로 메모해 온 사본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본에 따르면 워크아웃 및 화의(和議)업체인 16개 부실기업의 경영자들은 자기 이름의 신용카드로 98년 1월 이후 해외에서 골프 카지노 쇼핑 항공료 등에 7억여원을, 국내에서 20억원가량을 사용했다.

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예보 및 금융기관에서 판정한 이들의 개인별 부실책임규모는 최저 50억원에서 최고 821억원에 달했다.

우성식품 경영자인 최모씨는 회사가 은행 빚을 얻는 데 50억원대의 채무보증을 서는 등 개인이 책임을 져야하는 부실규모가 129억8600만원에 달했지만 ‘재산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98년 1월부터 미국 일본 등 17개국을 방문하기 위해 무려 51차례나 출국했고, 이 가운데 30차례는 출입국 카드에 출국목적을 ‘관광’으로 기록한 것으로 감사원이 밝혀냈다. 개인 배상책임이 62억원이었으나 자기 재산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던 신원그룹 경영자 박모씨 역시 해외 나들이를 11번하면서 골프 및 귀금속 쇼핑에 2711만원을 썼고, 국내에서도 2억86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 의원은 “이들은 단순한 경영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경영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라며 “세금을 낭비하게 한 부실 기업주가 재산을 빼돌린 채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한 것이 드러난 만큼 당국은 철저한 재산추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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