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지원한 ‘대여금’ 놓고 속앓이

  • 입력 2002년 8월 27일 19시 17분


건설사들이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지원한 ‘대여금’을 놓고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여금은 건설사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투입하는 일종의 사업비.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운영비 명목으로 빌려 주거나 시공사로 선정된 뒤에도 조합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공사비에 포함시켜 모두 환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1000가구짜리 재건축 사업에 드는 대여금은 통상 15억원 정도다.

문제는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각종 규제를 쏟아내 재건축이 예전보다 훨씬 어렵게 됐다는 것. 사업시기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시공사를 다시 뽑아야 할 사태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시공권을 따지 못한 건설사가 이미 투입한 대여금을 되돌려 받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건설업계는 걱정한다. 돈을 빌려준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는 데다 일부 대여금은 비자금 형태로 관리돼 드러내놓고 상환을 요구하기도 어렵기 때문.

실제 대형 건설사인 A사는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은 채 시공사로 가(假)선정된 5개 아파트 단지에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형업체인 B사도 250억원가량의 대여금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B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대여금을 환수하기 위해 나선다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는 격”이라며 “우선은 시공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털어놨다.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