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워버그-메릴린치증권 첫 중징계

  • 입력 2002년 8월 13일 18시 18분


UBS워버그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의 서울지점이 특정 고객에게 기업분석 정보를 미리 흘려준혐의 등으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번 조치는 국내 증권사에도 흔한 정보 사전유출 관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3일 UBS워버그와 메릴린치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인 결과 각각 6건과 4건의 규정위반 사항이 드러나 각각 문책 경고와 주의적 경고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UBS워버그의 임직원 16명과 메릴린치의 임직원 6명에 대해 정직 감봉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널리 퍼진 정보 흘리기와 선행매매〓금감원에 따르면 UBS워버그와 메릴린치는 △사전에 특정 고객에게 기업분석 정보를 알려주었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주문 정보를 미리 알고 이를 주식 투자에 이용하는 선행매매를 해왔다.

UBS워버그는 1∼5월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국민은행 등 총 11건의 조사분석 자료를 특정 고객에게 넘겨주고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5월 국내 증시를 흔든 ‘삼성전자 조사분석 보고서 사전 유출설’도 사실로 드러났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인 조너선 더튼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대폭 내리기 사흘 전인 5월7일부터 총 3회에 걸쳐 1242명의 영업직원과 애널리스트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총 106만주를 순매도해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정보를 알지 못한 다른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었다. 이는 보고서 내용을 사전에 제공했다면 일반에 공표할 때 이를 밝히도록 한 증권업감독규정을 위반한 것.

이들 증권사의 일부 직원은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이용해 △외국인의 주문정보를 특정 고객에게 알려주거나 △직접 선행매매에 활용하기도 했다.

UBS워버그는 이날 금감원 발표 후 성명을 내고 “한국 규정의 이해부족과 내부통제 미흡으로 물의를 빚어 송구스럽다”며 “당국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홍콩에 있는 담당 애널리스트는 일본으로 옮길 전망이며 한국지점장은 지난달 교체됐다.

▽영향과 전망〓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감독 당국의 사각(死角)지대’라는 인식도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LG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주문이 주로 외국계 증권사에 몰린다는 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보의 사전 유출’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증시에 널리 퍼진 ‘정보제공의 불평등’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펀드매니저 등 특정 고객에게 사전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국내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감독원은 13일부터 9월말까지 외국계 증권사 9개를 포함한 23개 증권사에 대해서도 보고서 사전유출 등 부정행위가 있는지 집중 검사한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UBS워버그증권의 삼성전자 분석보고서 유출 내용
▽4월22일='강력매수' 추천과 함께 목표주가를 58만원으로 올림
▽5월6일=위의 보고서가 월간 조사분석 보고서에 게재됨
▽5월7일=담당 애널리스트가 "D램 전망치를 48시간 이내에 내릴것 같다"는 e메일을 139명의 영업직원 들에게 보냄
▽5월8일=삼성전자의 이익 및 목표가격을 조정할 것 같다는 e메일을 7명의 영업 책임자에게 보냄
▽5월9일=삼성전자 투자의견 하향조정에 대해 1096명의 영업직원과 애널리스트에게 보냄
▽5월10일=삼성전자 투자의견 하향조정 조사분석 보고서를 공표
자료:금융감독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