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쓰는 사람 절반 "빚갚으려 빚얻어"

  • 입력 2002년 5월 5일 15시 06분


사채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신용카드 결제나 은행 대출금 등 기존 채무를 상환하기위해 사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채 이용자의 대부분이 신용불량자'라는 통념과 달리 64.7%가 신용불량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제도권 금융에서 한계에 몰린 사람들이 신용불량 등록을 면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주로 사채를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3월 한달간 사채이용자 6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채이용자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채자금 용도는 신용카드 연체대금 정리(26.9%)가 가장 많았고 △가계생활자금(26.5%)△사업자금(16.3%)△은행 등 연체대출금 정리(14.7%)△다른 사채 대출정리(8.8%)순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의 경제적인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하거나 현금서비스 한도를 무작위로 늘려준 카드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사채이용을 부추기고 있는 것.

금감원은 "은행 가계대출금중 부채상환용이 9.5%임을 감안할 때 사채자금 용도의 50.4%가 부채상환용이라는 조사결과는 사채이용자가 사채를 빌려 제도권의 부채를 갚더라도 결국 고금리의 사채는 갚지못하거나 사채를 갚기위해 또다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사채를 이용하게 된 근본원인으로는 과다한 쇼핑, 유흥비 마련 등 무분별한 소비(20.5%)와 증권투자 실패, 경마 화투 등 투기적인 목적(18.4%) 등 건전하지 못한 소비행위(38.9%)를 꼽았다. 부도 등으로 인한 사업실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32.8%), 병원비 교육비 등 급전의 필요(11.4%)도 많다.

성별로는 남자가 사업실패(21.2%) 증권투자실패(16.7%) 실직(16.1%) 술이나 도박(10.0%) 순으로 응답했고 여성은 과다한 쇼핑(23.5%), 병원비마련(15.7%), 실직(13.6%)을 꼽았다.

연령별로는 30∼50대 남성은 증권투자실패가 가장 많았고 20대 남성은 유흥비 마련이 많았다. 20∼30대 여성은 과다한 쇼핑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40∼50대 여성은 증권투자실패가 가장 많았다.

1인당 사채이용 금액은 500만원이하가 60.1%로 가장 많고 500만∼1000만원(27.5%), 1000만∼1억원(9.8%), 1억원초과 0.8%순. 사채이용자의 월평균 금리는 10%∼20%가 가장 많았고 연간 240%를 넘는 초고금리를 이용하는 사람도 14.6%를 차지했다. 또 사채이용자중 24.8%가 사채업자로부터 폭행, 협박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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