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3월 한달간 사채이용자 6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채이용자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채자금 용도는 신용카드 연체대금 정리(26.9%)가 가장 많았고 △가계생활자금(26.5%)△사업자금(16.3%)△은행 등 연체대출금 정리(14.7%)△다른 사채 대출정리(8.8%)순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의 경제적인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하거나 현금서비스 한도를 무작위로 늘려준 카드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사채이용을 부추기고 있는 것.
금감원은 "은행 가계대출금중 부채상환용이 9.5%임을 감안할 때 사채자금 용도의 50.4%가 부채상환용이라는 조사결과는 사채이용자가 사채를 빌려 제도권의 부채를 갚더라도 결국 고금리의 사채는 갚지못하거나 사채를 갚기위해 또다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사채를 이용하게 된 근본원인으로는 과다한 쇼핑, 유흥비 마련 등 무분별한 소비(20.5%)와 증권투자 실패, 경마 화투 등 투기적인 목적(18.4%) 등 건전하지 못한 소비행위(38.9%)를 꼽았다. 부도 등으로 인한 사업실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32.8%), 병원비 교육비 등 급전의 필요(11.4%)도 많다.
성별로는 남자가 사업실패(21.2%) 증권투자실패(16.7%) 실직(16.1%) 술이나 도박(10.0%) 순으로 응답했고 여성은 과다한 쇼핑(23.5%), 병원비마련(15.7%), 실직(13.6%)을 꼽았다.
연령별로는 30∼50대 남성은 증권투자실패가 가장 많았고 20대 남성은 유흥비 마련이 많았다. 20∼30대 여성은 과다한 쇼핑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40∼50대 여성은 증권투자실패가 가장 많았다.
1인당 사채이용 금액은 500만원이하가 60.1%로 가장 많고 500만∼1000만원(27.5%), 1000만∼1억원(9.8%), 1억원초과 0.8%순. 사채이용자의 월평균 금리는 10%∼20%가 가장 많았고 연간 240%를 넘는 초고금리를 이용하는 사람도 14.6%를 차지했다. 또 사채이용자중 24.8%가 사채업자로부터 폭행, 협박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