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홈쇼핑 화면의 'L바' 아이디어 경쟁

  • 입력 2002년 5월 2일 17시 56분


수십 개의 케이블 채널을 생각없이 돌리다가도 대번 홈쇼핑 채널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 알파벳 ‘L’자 형태의 자막(일명 L바)이죠. TV화면의 아래 20%와 왼쪽 30%에 상품명 가격 주문전화 제조원 사은행사 상품번호 등이 들어갑니다.

방송의 화면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꼼꼼히 담아야 하는 데다 5개나 되는 홈쇼핑 채널을 소비자에게 차별화하는 수단이어서 L바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디자인은 물론 글자체 아이콘까지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이 벌어지죠.

L바는 통상 분기별로 교체되지만 작년 하반기에는 한 달에 한번씩 바뀔 정도였어요.

한 눈에 헷갈리는 정보를 주면 안되기 때문에 ‘금기’도 있습니다. 우리홈쇼핑에 따르면 상품 가격은 3단으로 표기하지 않습니다. ‘시중가 1000원, 홈쇼핑가 800원, 오늘의 할인가 500원’ 식으로 쓰지 않는 것이죠.

또 남은 상품 수량을 연속적으로 나타내지 않습니다. ‘한정수량 100점’ 자막이 나간 뒤 얼마 후 ‘남은 수량 70점’은 쓸 수 있지만 ‘99점, 98점, 97점’처럼 중계방송 하듯이 수량을 표기하지는 않습니다.

L바의 색상은 초기에는 제품 색에 맞췄지만 요즘은 상품 군에 따라 정하는 추세예요. CJ39쇼핑은 보석은 금빛 L바를, 컴퓨터는 은빛 L바를 내보내고 있죠.

L바의 형태도 화려해졌어요. LG홈쇼핑은 2000년과 2001년, ‘애니메이션 L바’와 ‘움직이는 L바’를 선보였어요. 정보가 화면을 가로질러와 박히거나, 반짝거리며 회전하는 등 다양한 기법이 도입됐죠.

보통 글을 읽을 때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시선이 이동하기 때문에 ‘L’자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현대홈쇼핑은 최근 일부 방송에서 ‘ㄱ’자 형태를 도입했어요. ‘정보’보다 ‘상품’을 먼저 보라는 뜻이라고 해요.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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