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도매업 중앙회장 사퇴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37분


국세청의 선거 개입 의혹을 불러온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의 국세청 출신 이계광 중앙회장이 4일 전격 사퇴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강로 중앙회 사무실에서 열린 시도별 도매업협회장 간담회에서 “여러분이 추대해 놓고 이렇게 흔들어서야 되겠느냐”면서도 “경위야 어찌됐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던 시도별 도매업협회장들도 이날 일괄 사표를 제출했으며 조만간 지역별 임시총회를 열어 자신들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로 했다.

올해 7월부터 계속된 시도 협회장들의 사퇴 압력을 완강히 거부해 왔던 이 회장이 돌연 사퇴키로 한 것은 본보의 ‘국세청 선거개입 의혹’ 보도로 파문이 일면서 국세청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한 측근은 이날 간담회 직전 본보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회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지역 도매업협회장들의 추대를 받아 도매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 것밖에 없다”고 주장한 뒤 “국세청이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여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주류업계에는 “99년 중앙회 선거에 출마했던 어느 후보는 모 여당 의원을 만나 후보사퇴를 종용받은 뒤 사퇴했다” “이번 사건에는 국세청 출신 모 고위 인사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등의 소문이 해당 인사의 실명(實名)과 함께 나돌고 있다.

국세청은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주류도매업계 관계자들에게 ‘주류도매업계 내분 사태’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은 본인의 부정축재 의혹은 물론 이제 주류단체장 선거개입 의혹까지 사고 있다”며 국세청에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례적으로 국세청에 ‘정면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던 지역별 시도협회장들은 본보 보도 후 국세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다.

반면 서울의 한 도매상은 “일선 도매상들은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며 속시원해 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주류구매 전용 카드제에 대한 도매상들의 집단 반발로 매도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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