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직원들과 막걸리 파티…'위스키경영' 술술 풀려요"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9시 07분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CEO(최고경영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입니다.”

영국 얼라이드 도멕이 진로의 위스키 사업부문 70%를 인수해 세운 합작법인 진로발렌타인스㈜의 데이비드 루카스(43·사진) 사장. 그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와 기업환경에 끈기를 가지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외국 기업인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루카스 사장은 얼라이드 도멕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재무담당 이사로 일하다 98년 10월 진로와의 협상팀 일원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협상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진로 임원들과 협상테이블을 떠나 저녁식사를 하며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그러다보면 서로 긴장도 풀리고 친근감을 느끼면서 의외로 문제가 쉽게 해결될 때가 많았죠.”

협상이 끝난 후 혼자 잔류를 자원한 루카스 사장은 99년 12월 설립된 진로발렌타인스의 재무담당 부사장을 거쳐 작년 8월 사장직을 맡았다.

그는 한국근무후 매월 마지막 금요일 경기 이천공장에서 전 직원을 모아놓고 ‘막걸리 파티’를 열고 있다. 위스키 대신 막걸리를 선택한 것은 직원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란다. 작년말에는 직원단합 축구대회에서 고교졸업 후 처음으로 공을 찼다가 무릎 뼈가 골절되는 일도 있었다.

한국의 음주문화에도 동화(同化)된 지 오래다. 앉은 자리에서 폭탄주 10잔을 거뜬히 마신다.

술을 마신 다음날에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지어준 별명이 ‘세븐 일레븐’이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런던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생활 2년여만에 한국 여인과 사랑에 빠져 올해초 결혼했으며 9개월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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