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 일문일답

  • 입력 2001년 9월 2일 16시 52분


1.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가능성은 몇 %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현재 채권단과 투신권이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하이닉스반도체 지원문제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안이 나오는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크게 좌우될 것이므로 회생가능성을 정확히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시점은 세계 IT산업이 불황을 지속중이며 DRAM경기는 극도의 침체국면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단 등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하여도 하이닉스 반도체의 회생의 길에는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반도체 경기의 회복시점은 언제며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 세계 반도체산업의 불황은 소비자들이 IT제품을 많이 소비해 주지 않는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왜 IT제품의 소비둔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통신인프라의 미비와 이에 따른 데이터 전송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DSL가입자는 2분기말 기준으로 330만명, 일본은 ADSL가입자가 6월말 기준으로 29만명에 불과하다. 유럽의 경우도 초고속통신망의 인프라는 미비하다.

전체적으로 IT제품 소비의 70%를 담당해주는 미국, 일본, 서유럽 등 3대 경제축의 통신 인프라가 매우 미비하다. 이러다 보니 아무리 성능이 좋은 IT제품을 기업들이 출시하여도 이런 통신인프라 기반하에서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신제품의 성능개선 효과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IT제품의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는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 소비가 도로상태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 논리와 같은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현재 소나타 수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고 도로상태가 2차선 비포장 상태라고 할 때 자동차회사가 더 나은 자동차(그랜저나 다이너스티)를 출시하여도 도로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자동차 소비가 큰 폭으로 늘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은 2차선 비포장도로에서 새로운 자동차 성능이 기존 자동차보다 훨씬 탁월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의 90%가 일반 전화선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기업내의 인트라넷은 어느정도 발달해 있지만 각 가정의 통신인프라 상황은 말할 수 없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내 가정에서 PC를 이용하여 직접 한국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필자는 현 반도체시장 불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3대 경제축의 통신 인프라 미비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고 판단한다. 소비자들은 도로상태가 4차선 포장도로로 개선되면 소나타보다 더 좋은 성능의 자동차를 자연스럽게 많이 소비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기 위해서는 결국은 3대 경제축의 통신 인프라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신인프라 개선은 향후 무선통신, 초고속 통신 등 여러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2004년부터 3대 경제축의 통신 인프라 개선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것이 또 한번 반도체시장 수요를 크게 늘려주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2004년 이전까지는 반도체의 잠재 공급능력이 실질 수요수준보다 높은 상태에 위치해 있을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구조조정이나 신규투자 억제를 통한 공급력 축소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DRAM산업의 경기에 대해 논하자면 현재 인텔이 CPU가격을 8월에 큰 폭으로 인하하고 Microsoft가 Windows XP를 10월에 출시할 예정이어 어느 정도 PC시장의 수요가 4분기중에 살아나겠지만 이것들이 현재 침체되어 있는 PC시장을 구조적으로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다. 4분기중 PC수요의 부분적 개선은 현재 과다 재고문제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 DRAM업체들의 사정을 근본적으로 바꿔주지는 못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금년 4분기에도 DRAM가격은 약세 기조하에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D램 경기의 바닥은 Density별 출하량과 평균 출하가를 기준으로 전망해 보면 내년 3~4월 정도가 되면 평균 출하가는 바닥권에, 세계 DRAM 출하액은 내년 2분기중에 바닥권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단 이같은 전망은 내년 1~2분기중에 128Mb DRAM이상을 생산하는 라인 5개(1개당 월산 3만매 기준) 이상이 가동 정지된느 것을 전제로 하고있다. 금년 4분기까지 DRAM업체들은 128Mb DRAM 이하를 생산하는 라인(월산 3만매 기준)을 2개 정도는 추가로 더 폐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현재의 DRAM 가격 하락추이를 바꿔 놓지는 못할 것이다.

D램 가격은 내년 2분기 부터는 회복조짐을 보일 것이다. 이 기간중 DRAM가격의 회복속도는 DRAM수요의 증가보다는 내년 1분기~2분기중에 제 3군에 속하는 DRAM업체들이 어느정도의 생산라인을 페쇄하는 가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기간중에 제3군에 속하는 DRAM업체들이 128Mb DRAM이상을 생산하는 라인 5개(1개당 월산 3만매 기준) 이상을가동 정지한다면 그 시점의 월별 기준 전체공급량 10% 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DRAM가격은 바닥을 찍고 회복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이하 규모라면 DRAM가격 회복은 2분기 이후로 좀 더 연기될 것이다.

내년 1~2분기중에 DRAM업체들의 구조조정(생산라인의 폐쇄)이 크게 이루어 지고 난후 시장의 실질수급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룬 다음에 내년 3분기부터 세계 경기의 점진적 회복과 맞물려 소비 및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 PC수요도 크게 증가하면 DRAM가격 회복에는 탄력이 붙을 것이다.

3.하이닉스가 회생하기 위한 D램(128메가SD램 PC133 기준)의 최소 가격은 얼마이며 D램 가 격 반등외에 다른 회생 조건, 또는 경쟁력 회복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현재 상황에서 하이닉스 반도체가 만기가 돌아오는 원리금과 지급이자를 제때 상환하고 그리고 적정수준의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감안할 때 128Mb DRAM 기준으로 적어도 6~7달러에 판매가격이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DRAM 불경기에서는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라인 Upgrade와 미세화 공정에 대한 장비투자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라인 Upgrade와 미세화 공정에 대한 장비투자에는 하이닉스반도체 생산규모를 볼 때 적어도 년간 2조원 이상의 자본투자가 필요하다.

4.채권단의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 국가 기간산업의 발전, 첨단인력의 고용유지, 반도체 재료/장비 등 연관산업의 육성 등 제반문제를 감안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는 하이닉스 반도체는 해외의 갖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살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채권단이 현재 하이닉스 반도체에 빌려준 대출액(회사채, 단기차입금, 장기차입금등) 과 신규 지원금을 향후 2005년 이후 부터 서서히 회수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면과감한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투입을 통해 하이닉스 반도체를 확실히 살려야 한다.

신규자금의 지원규모는 기존 대출액(회사채, 단기차입금, 장기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나 원리금 상환을 반도체 시장이 본격 회복되는 2004년까지 전액 동결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현재 DRAM가격 대에서도 막대한 영업적자가 발생하므로) 적어도 하이닉스 반도체가 반도체업계내에서 일정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05년까지는 년간 평균 최소 8천억원 정도(감가상각비 등을 통한 내부 조달자금 1.2조원 감안하면 하이닉스반도체는 년간 2조원씩 투자)의 적정 자금을 채권단이 매년 지원해야 할 것이다(향후 5년간 총 4조원 정도 소요예상).

반도체시장이 본격 회복되어 하이닉스반도체가 이자를 지급하고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부담이 가지 않을 시기는 제반여건을 감안할 때 2005년 이후 부터 라고 판단된다.

채권단의 입장에서 보면 하이닉스에 대한 총지원액은 그 시기까지 旣대출액과 신규 지원액을 합해(지급이자는 제외) 총 12조원(旣대출액 8조원(해외법인분 포함)+ 신규 지원액 4조)정도가 될 것이다. 채권단은 2005년 이후부터 서서히 원금과 지급이자를 상환받아 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하에서 이 정도의 지원을 채권단이 그 시기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경제학적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에 대한 비용과 효익분석도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하이닉스 반도체 회생에 대한 당위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그 지원에 대한 경제학적 비용과 효익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는 아직은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5.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하이닉스가 버틸 수 있는 시점은 언제까지로 보십니까.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 하이닉스 반도체는 금년 3,4분기에만 1조 3천억원 정도의 지급이자와 원금상환이 대기 하고 있다. 만일 채권단이 채무조정, 추가자금 투입 등 일체의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현재 하이닉스 반도체의 가용자금을 감안할 때 년내 디폴트 발생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보유중인 가용자금이 3,4분기의 지급이자 및 원금상환액에 비해 턱없이부족하고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3,4분기에도 영업적자 발생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6.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이외에 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증자나 DR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매우 어렵다고 본다.

한국기업평가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신용등급을 1년 사이에 6등급이나 떨어뜨려 현재는 원리금 지급능력이 부족하여 투기적인 상태인 B등급으로 조정하였다. 무디스도 하이닉스 반도체와 하이닉스 반도체 미국 지사(HSMA)의 신용 등급을 'Caa1'으로 하향조정하였다. 현재의 하이닉스 반도체의 신용등급으로는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은 매우 어렵다고 전망된다.

DR발행도 지난 6월에는 성공은 했으나, 주가급락 사태를 투자자들이 목격했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도 이에 응할 투자자들은 현재로서는 적다고 본다.

증자도 현시점의 증시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으며 출자전환, 감자단행 및 관리종목 편입 등 각종 설이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는 증자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설사 증자가 성공한다 하여도 엄청나게 늘어난 유동 주식수의 부담을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떠 안을 수 밖에 없다.

7.하이닉스는 자구계획에서 TFT-LCD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이 작업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TFT-LCD 사업부문의 매각 성사 가능성과 그 시점을 예상해 본다면.

- TFT-LCD사업의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측은 대만의 Cando 콘소시엄이다.

TFT-LCD시장은 최근들어 다소 상황이 개선은 되고 있지만 완전히 가격하락이 바닥을 찍었다고는 볼 수 없다. 정확한 진행 상황을 알수 없지만 Cando 콘소시엄측은 될 수 있는 한 인수가격을 깍아내리려 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Cando 콘소시엄측은 급할 것이 없다고 본다.

회사측에서는 년내에 Cando 콘소시엄측과의 지분인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현대투신, 대우자동차의 인수협상 과정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의외로 관련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8.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가 다시 심각해 질 경우 정부와 채권단은 어떤 입장을 보일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채권단은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나 부채탕감이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나 현재로서는 아직은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제반상황을 감안할 때 채권단은 될수 있으면 신규자금 지원보다는 기존 대출금의 자본전환, 만기연장, 이자율 조정 등 이미 제시된 대안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상황이 나빠지면 재개입하여 일정 지원을 하는 그런 형태의 지원이 당분간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채권단은 투신권과의 입장차이를 조율하여 자신들의 부담을 줄이려 하는데 온 힘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9.하이닉스가 부도처리 될 경우 국가 경제와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심각 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하이닉스 반도체는 작년에 반도체부문에서만 60억달러 정도를 수출하여 우리나라 총 수출의 3.54%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연관산업 전체적 따지면 수출비중은 훨씬 높아진다.

하이닉스 반도체가 잘못되면 우선 국가적으로 볼 때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것이다. 이 틈을 노리고 현재 반도체 산업을 대거 육성중인 대만, 싱가폴, 중국 등 화교권 국가들이 대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는 반사이득이 있겠지만 하이닉스 반도체가 없어지면 그로 인해 관련 고급인력이 사장되고 장비나 재료 등 연관산업의 기반이 무너져 장기적으로는 국가차원의 반도체산업 존립 기반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하이닉스 반도체가 부도처리되면 돈을 빌려주었던 금융기관들의 피해가 엄청 날 것이다. 전체적으로 현재 국내금융기관은 하이닉스반도체에 해외법인까지 포함하면 약 8조원의 돈을 빌려주고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부도처리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는 여타 약체기업에게로도 불똥이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일정기간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은행권의 타격은 은행주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증시 전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10.하이닉스가 부도처리되거나 일시 가동중단이 될 경우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웨이퍼 처리능력으로 보면 하이닉스반도체는 삼성전자보다 35%정도 규모가 더 큰 회사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어렵게 될 경우 하이닉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중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하이닉스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들도 상당수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하이닉스반도체가 어렵게 될 경우 당장 설비 가동율이 떨어져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은 사업품목을 다각화하고 해외 수출비중을 늘리는 등 거래선 다변화에 지금부터라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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