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도 지금 혁명중-9]돈되면 어떤 담보도 OK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42분


㈜대우는 부산시에 황령산터널을 지을 때 그 대가로 터널운영권을 받고 25년동안 운영한뒤 소유권을 부산시에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우사태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작년 2월 ‘향후 거둬들일 터널통행료’를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 792억원을 조달했다. 금리는 당시 국고채수익률에 2.7%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고 인수자는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이었다. 회사는 물적담보없이 자금을 조달하고 은행은 안전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윈-윈(Win-Win) 게임’이었다.

삼성물산은 최근 국민은행을 주간사로 해 서울 종로 성내 마포 등 3개지역에 있는 주차장의 주차요금을 담보로 ABS 276억원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담보자산을 더욱 다양화해 자동차할부대출 카드매출채권 임차보증금 및 임대료 등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대출세일 시대
2. 쏟아지는 신상품
3. 신용 카드 서비스
4. 인터 넷 빌링
5. 인터 넷 뱅킹
6. 바뀌는 투자열풍
7. 바뀌는 보험시장 판도
8. 프라이빗 뱅킹 확산
9. 투자은행업 등장
10. 글로벌체제 편입

최근 확산되고 있는 ‘투자은행 영업’의 사례들이다. 투자은행업의 도입은 우리 금융산업이 겪고 있는 혁명적인 변화중 하나. 경쟁이 치열한 가계금융이나 위험한 기업대출만으로는 국내은행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건당 이익규모가 큰 투자은행 업무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부동산 뿐 아니라 미래현금흐름(Future Cash-Flow)도 담보가 된다’는 발상의 전환도 한몫했다.

인수합병(M&A) 또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투자은행업무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 3월에는 프랑스의 비벤디 워터스가 하이닉스반도체의 용수 및 폐수처리시설을 2500억원에 인수할 때 비벤디는 자체자금으로 1200억원만 투자했다. 나머지 1300억원은 비벤디측 주간사였던 하나은행 등 국내금융기관이 1300억원을 대출해줬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자산매각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했고 하나은행은 M&A 수수료 뿐만 아니라 우량거래처를 확보하게 됐다.

최근들어 가장 성공적인 활동으로 꼽히는 사례는 대우통신.

대우통신은 구조조정을 위해 네트워크장비 교환기 광케이블 등 3개사업부문을 떼내 ‘머큐리’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이를 미국 칼라힐그룹 컨소시엄에 34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 거래에 국민, 하나은행과 체이스맨하탄은행(CMB) 등이 매입자금 1530억원을 대출해줬다.

국민은행 투자금융실 유인준 팀장은 “이같은 거래는 은행이 대출기업의 경영을 직접 감시할 수 있어 일반기업대출보다 훨씬 안전하다”며 “또 기업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대출기업의 예금 외환거래 등에 대한 독점거래권을 따낼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수익에 공헌하는 비중도 크다.

국민은행은 작년에 25명의 직원이 이 분야에서 700억원(이자수익 포함)을 벌어들였다. 1인당 28억원 수준. 관리자산규모가 9400억원으로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체평균(1인당 1억2300만원)에 비하면 매우 높은 생산성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국민은행의 주요 구조조정 금융지원 사례

(단위:억원)

구조조정 대상기업대출금자금성격인수자 및 시행자
한라시멘트592인수 자금라파즈 컨소시엄
대우통신390칼라힐 〃
만도공조263UBS캐피탈 컨소시엄
동신제약240인수자금한미약품
휴비스200단기부채 장기전환삼양사.SK케미칼
일산백석지구275토지구입자금요진산업
주:휴비스는 삼양사 SK케미칼이 공동설립.요진산업은 경기도 일산 아파트주상복합건물 공사

▼"외국은행과 겨뤄 승산있다"-국민은행 김기현 실장▼

국민은행 김기현 투자금융실장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투자업무는 국내은행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인력전문화와 고객에 수요에 맞는 투자기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대형투자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하지 않는가.

“미국 모건스탠리의 부동산팀은 이 분야 경력 10년이 넘는 전문가가 100여명이 있다. 국내은행은 대부분 20∼30여명이 부동산개발 인수합병(M&A) 금융자문 등 전 분야를 맡고 있어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외국금융기관은 국내자금조달이 어렵고 환위험에 노출돼있는 약점이 있다. 국내은행은 인적네트워크가 고르게 발달돼있어 나름대로 영업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투자은행 업무를 강화할 것인가.

“무엇보다 인재양성이 시급하다. 국내외연수를 통해 기업구조조정지원 등 한국의 현실에 맞는 금융기법을 많이 개발하고 투자은행 부문을 하나의 사업본부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세계10개 대형투자은행이 전세계 투자은행업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독과점이 형성돼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금융주선(자금운용 포함) 부문 세계 50위, 컨설팅은 25위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인력보강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지역에 진출하면 10위권 이내로 도약할 수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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