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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3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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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해 ‘기업개혁의 성과와 향후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재계가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일각에서 ‘개혁피로론’을 내세우며 개혁작업을 조기에 봉합하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마치 ‘수술을 하다가 중간에 덮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개혁을 멈추고 섣불리 경기부양책을 쓸 경우 그동안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 규제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재계 주장을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기업들은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전근대적인 기업행태를 고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재계가 출자총액제한제나 30대그룹 지정제 등을 개선하기를 요구하지만 이런 공정위 정책의 원칙을 ‘절대’ 훼손할 수 없다”며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정위 감시역할은 다른 규제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지키라고 하는 일에 대해 기업들이 못 따르겠다고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는 기업들이 ‘무정부’ 상태에서 기업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재계가 올해부터 부활하기로 합의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지금 와서 문제를 삼으려는 태도에 대해 “음주운전 단속이 불편하다고 술 먹고 운전하도록 내버려두라는 것과 똑같은 꼴”이라고 지적했다.이 위원장은 “재계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구조개혁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수용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원칙을 고수하는 데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