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추모의 글 쏟아져

  • 입력 2001년 3월 22일 17시 11분


"회장님이 세상을 뜨신 것은 다시 이 한국을 위해 일하시기 위한 휴식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다음 세상에서도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시어 이 나라를 빛내주십시요"

"한국의 큰별이 하직하셨습니다. 너무나 아쉬운 마음 한이 없습니다"

"회장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조국통일과 경제발전을 위해 뒤에 남은 우리가 열심히 뛰겠습니다."

재계의 거목 아산(峨山)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전명예회장의 타계를 추모하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사이버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5일 현대그룹 홈페이지(www.hyundai.co.kr)에 마련된 정 전회장의 추모 게시판에는 2770여명의 네티즌들이 방문, 추모의 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정 전회장의 별세를 가슴 깊이 아쉬워했으며 이제 그가 영면의 땅에서 고이 잠들기를 기원했다.

또 이들은 너나없이 정 전회장이 못다 이룬 남북통일과 경제도약을 남은 사람들이 이루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75년 사우디아라비아 아시르 현대사업소에서 근무했다는 광주시 서구 금호동 이중호씨는 현대그룹 게시판에 올린 추모의 글에서 "휼륭하신 한국의 큰별이 하직하셨습니다. 너무나 아쉬운 마음 한이 없습니다"고 정 전회장의 서거를 가슴 아파했다.

이씨는 "남보다 부지런하시고 열심히 살아 가시는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군요. 한국의 참모습,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 하늘나라에 가셔서도 한국이 부강할수 있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요"라고 기원했다.

양승희씨는 "이 나라의 오늘을 있게 하신 고인의 빛나는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가시는 길 평안하시길 기원드립니다"며 고인이 편히 잠들기를 간절히 바랬다.

ID를 hhon99라고 밝힌 네티즌은 "한번도 직접 뵌적은 없지만, 한번도 직접 음성을 접하진 못해 보았지만, 당신은 언제나 저에게 많은 교훈을 주셨습니다"고 정 전회장을 추모했다.

이 네티즌은 "저는 보았습니다. 당신께서 피땀으로 벌어놓으신 그 결실들을 아귀처럼 마구 따 먹어 버리는, 그리고는 잘 먹었다는 인사조차 없는, 아니 오히려 당신에게 돌을 던지는 저 버러지같은 정치인들…하지만 이제 가시는 길에서 그 버러지들 조차도 용서하세요"라고 말했다.

정 전회장이 6·25이후 초토화된 이 나라에 꿈과 희망을 남겨주었다는 정봉수씨는 "故 정주영 회장님은 저의 진정한 우상이었습니다. 그분의 못이루신 일들을 우리세대에 꼭 이루어 그분의 영정에 바치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자신을 현대사원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존경하는 회장님. 슬픔을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이제 모든 아쉬움을 접고 고히 잠드소서. 회장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조국통일과 경제발전을 위해 뒤에 남은 우리가 열심히 뛰겠습니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 79년 10월 고 박정희 전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처럼 슬픔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송관순씨는 "지난 40년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발전을 가져온 기간이었고, 그 경제적인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하신 두 분이 이젠 모두 떠나고 난 지금 우리 민족은 한동안 그 공백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지 생각만 해도 아득합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송씨는 그러나 "이젠 슬픔을 추스르고 고인의 생전에 이룬 업적을 다시 한번 추모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옵소서"라고 추모했다.

어린시절 부터 익히 들었던 고인의 업적들이 오늘따라 더욱 크게 보인다는 김지헌씨는 "그 만큼 빈자리도…. 그 어떤 일 보다도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저 하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엄숙히 빕니다"고 말했다.

한번도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는 박삼수씨는 정 전회장을 '우리 모든 젊은이의 아버지' '모든 이의 모범이신 왕 아버지'라고 극찬한 뒤 "한시대를 같이 호흡하고 살았다는 것이 정말 영광스럽고 고맙습니다. 지나가신 발자취가 후배 인생들의 등대이시며 역사에 길이길이 되새겨 질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서른 중반에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경제를 탓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배상진씨는 "오늘 고인의 사진 한장이 제게 던져준 교훈이 있기에 현대가족도 아니고 평소에 보탬을 드린적도 없지만, 서투른 글로나마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며 고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네티즌은 "너무도 부지런하고 패기 넘치는 회장님의 일대기를 보면서 지금의제 모습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회장님처럼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동아닷컴 게시판에 글을 올린 유은주씨는 "항상 부지런하시고 검소한 생활 태도를 본받겠습니다. 당신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오늘 우리들 모두가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늘 행복하소서"라고 정 전회장을 추도했다.

지난 80년 계엄치하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했을 때 정 전회장이 울산시장에게 노조설립신고를 받아 주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는 김원태씨는 "그러나 세월이 지나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고 보니, 당신이 그린 한국은 너무나 큰 것이었습니다"면서 "갑작스런 당신의 부고에 슬픔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정 전회장이 지켜 보아야 할 일이 태산 같다고 아쉬워한 김씨는 "오일 달러로 국가 부도를 넘기게 하셨고 아무도 감히 상상 못할 일을 당신은 이루어 내셨습니다. 그러한 당신의 업적으로 오늘의 한국이 있습니다. 때로는 외교관으로, 때로는 채육인으로, 때로는 통일꾼으로….부디 극락왕생 하소서"라며 삼가 명복을 빌기도 했다.

한 주부는 "어찌 그리 부지런도 하셨나요? 어찌 그리 일도 많이 하셨나요. 어찌 그리 배포도 크셨나요? 아직도 할일이 많으신데 어찌 그리 가셨나요? 편히 사시지 않은 후회는 없으신가요? 내세에서도 하시고 싶은 일 마음껏 하소서"라고 명복을 빌었다.

정 전회장의 얼굴에 저승꽃(검버섯을 지칭한 듯)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는 고영민씨는 "당신께서는 그 꽃들을 억지로 가리려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전제한뒤 "맨발의 청춘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손색없고 20세기 가장 멋진 가장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고 격찬했다.

포털사이트인 `다음(www.daum.net)'에도 `고인이 되신 정주영님을 위한 사이버

빈소(http://cafe.daum.net/HDJJY/)'가 마련돼 사이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편 현대중공업 사내 체육관에 마련된 정 전회장 분향소를 찾은 이성호씨(51·해양사업본부)는 "흔히 거목 밑에는 잡초조차 자라기 어렵다고 하지만 거목 밑에서 수많은 인재가 자라났습니다"며 "내일을 위해 해야할 일들이 태산 같은데 미완성의 장으로 남긴 채 떠나 그 원대한 구상과 설계를 다 어찌하렵니까"라고 물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현중오피스와 통합정보관리시스템(Notes)에도 정 전회장을 추모하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현대중공업 기원단 모임인 연합현우회 회원일동은 "울산 미포만의 모래사장을 뒤집어 엎고 독(dock)을 건설하며 공장을 짓고 한국 초유의 26만t급 유조선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회장님 특유의 카리스마와 불도저와 같은 추진력, 뜨거운 열정, 번뜩이는 재치, 유머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곤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소형엔진부 박정기씨는 '꿈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는 제목으로 "한국경제의 힘은 당신과 같이 위대한 기업가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정 전회장의 타계를 애도하는 유인물에서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 전신인 현대자동차 공업사를 설립하는 등 불굴의 의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평생을 사셨다"고 전했다.

또 "만년에도 굽힐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간절히 소망한 통일된 선진조국이 이제 가까이 다가왔는데 그 감격의 날을 차마 보지 못하고 떠나가신 것은 애통하기 그지 없다"며 "직원은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기필코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만드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동아닷컴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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