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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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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경기 둔화가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걱정스러운 통계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현 경제여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전날 뉴욕증시의 나스닥 대폭락 이후 아직 시장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지난달의 소매판매가 예상외로 큰 폭 하락했기 때문.
이날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매판매는 0.4% 정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뒤엎고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위축으로 인한 기업들의 감원도 계속 늘고 있다. 9일 인터넷 장비기업인 시스코시스템스가 8000여명을 감원한데 이어 13일에는 통신업체 모토로라가 7000명을 추가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신경제를 이끄는 첨단기업들의 실적 또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 달 들어 인텔 시스코 에릭슨 등 첨단 대기업들이 잇따라 실적 악화를 공시했다. 골드만삭스의 헬게 웨이너―트라프네스 정보기술(IT) 투자책임자는 13일 “첨단 분야에서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지출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감원과 주가 하락의 연쇄 작용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 가계의 순자산이 5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미국 가계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지난해 41조4000억달러로 전년의 42조 3000억달러에 비해 2% 줄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 들어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1% 포인트 내렸지만 아직 미국과 세계 증시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좀더 과감하게 금리를 내리든지, 금리 인하 외에 다른 정책으로 투자심리와 민간소비를 부추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