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해외부채 55억달러 '발등의 불'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1분


현대전자의 단기적인 위기 극복 여부는 외화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달려 있다.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이 원화 부채에 대해 사실상 80% 이상을 만기 연장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화 부채의 경우 만기 연장이 쉽지 않다는 것. 채권단과 현대전자에 따르면 현재 현대전자가 보유한 외화 부채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모두 55억달러. 이중 20억달러는 국내 금융기관이 수출환어음(DA)과 수입신용장(LC)개설 용도로 빌려주고 있으며 나머지 35억달러가 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것이다.

해외 금융기관에서 빌린 35억달러는 또 미국 현지법인 등 해외 법인이 현지에서 직접 빌린 현지 금융이 17억달러, 본사가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것이 18억달러이다.

현대전자는 35억달러를 채무 재조정해 단기차입금을 장기차입금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해외 금융기관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본사가 직접 해외 차입한 18억달러중 해외 채권 2억달러를 제외한 16억 달러는 외상 수입을 위해 3∼6개월 만기로 일으킨 무역금융”이라며 “이는 자금 성격상 만기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외화리스채 3000억원 규모도 연내 만기 도래하는 상황이다.

55억달러중 국내 은행들이 빌려준 20억달러에 대해서도 11일 채권단이 연말까지 회수하지 않기로 결의했지만 현대전자측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전자 IR팀 관계자는 “1월에 DA한도를 지키기로 한 약속도 한 달도 지켜지지 못했다”며 “채권금융기관이 협의는 했지만 언제 또 다시 회수를 시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국은행 이재욱(李載旭)국제국장은 “현대전자의 경우 만기 도래하는 부채와 이자를 갚아나가기 위해서는 2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가격의 하락으로 현대전자는 당초 예상했던 2조원의 영업이익을 수정해 대폭 낮춰 잡았다고 밝혀 해외 채무를 대처하는데 적잖은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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