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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1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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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웃는 이 여성은 대우증권 삼풍지점의 이원규 지점장(37·사진)이다. 1월 대우증권창립 30년만에 처음으로 여성지점장으로 발령받았으니 이제 겨우 만 2개월짜리 신참 지점장.
그러나 그의 경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던 87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14년동안 주식 영업만 해온 ‘베테랑 브로커’다. 그가 거친 지점만도 충무로 역삼동 송파동 삼성동 테헤란밸리 지점 등 무수하며 95년엔 대우증권 영업대상을 받았고, 96년엔 우수 영업직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본인은 특별한 게 굳이 없단다. 그동안 주식 영업만 계속했고 이정도 경력이면 남(자)들 다 되는 지점장 자리에 올랐을 뿐이란다.
“좋은 손님을 만났어요. 잘못할 때도 물어내라고 떼쓰는 고객이 없었고, 사원때부터 관리하던 고객을 지금도 관리하고 있으니까요.” 슬슬 노하우가 나온다.
여성이라는 ‘특성’상(‘단점’이 아니라는 점 강조) 접대하는 영업은 포기했다. 대신 한 번 큰 고객을 만나면 그 고객에게는 최선을 다했다. 몇 년에 한번씩 큰 고객을 만나더라도 한 명씩 계속 늘려나갔더니 자산이 됐다. 욕심내지도 않았다. 전국에서 1등 해보겠다는 식의 목표는 한 번도 세운 적이 없다. 잘 안될 때는 ‘언젠가 좋을 때가 오겠지’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좋은 때가 왔다. 이것이 이지점장이 빠른 어투로 털어놓은 노하우다.
“그동안은 혼자서 영업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책임자로서 조직을 관리하다보니 직원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1월에는 적자가 났던 삼풍지점은 현재 흑자로 돌아선 상태다. “시황이 좋아서 그런 거지 제 능력때문은 아니에요. 멀리 내다보며 성과를 이루도록 노력해야죠.”
그의 남편은 때로 친구처럼 때로 동지처럼 여러모로 힘이 돼준다. 10―4세짜리 두 아들을 잘 보살펴주며 여러 가지 조언도 해준다. “10세짜리 아들이요, 다른 엄마들처럼 숙제를 도와주지 못하고 같이 못 놀아주는 엄마에 대해 불만이 좀 있지요. 어떡하겠어요. 엄마는 그냥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려니 받아들여야지.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잘해줘야죠.”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