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7%臺” 인하 경쟁 외국銀 앞장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19분


홍콩상하이은행(HSBC) 한국대표 존 브랜손(49)이 19일 오전 동아일보사 금융부를 찾았다. 그의 방문 목적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7.9%로 인하한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것. 최고경영자가 보도 자료를 직접 들고 언론사를 찾는 일은 거의 없었던 일이다. 그의 방문은 HSBC가 이번 금리 인하와 국내 소매금융 영업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외국은행들이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무기는 금리 인하와 지점망 확충이다. 서울과 수도권 부촌에 지점을 새로 열고 주택담보대출을 국내 은행보다 훨씬 싼 금리에 바겐세일하고 있다. 또 강남을 중심으로 거액 예금자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젠 지방에까지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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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씨티은행은 올 상반기 중에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 경제 중심지에 3개 지점을 새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82년부터 국내에서 소비자금융을 시작한 씨티은행의 지점은 현재 12개. 8일 방배지점을 연 것을 포함해 올 들어 지점을 4개나 늘린 HSBC도 올해 중 2개 지점을 더 낼 방침이다.

이들이 지점을 새로 낸 곳은 돈이 몰려 있는 황금알 시장.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작년 8월 HSBC가 분당에 지점을 낸 뒤 한달 뒤인 9월 씨티은행도 분당지점을 내고 이 지역 고액예금을 싹쓸이했다”며 “이들이 지점을 낸다는 소문이 돌면 국내은행 지점장들이 바짝 긴장한다”고 전했다. 씨티은행과 HSBC를 포함한 상위 5개 외국은행의 예금액은 99년말 2조6484억원에서 지난해말에는 5조3696억원으로 2배나 급증했다.

대출금리도 대폭 할인했다. HSBC와 씨티은행은 19일부터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연8.5%에서 7.9%로 0.6%포인트나 인하했다. HSBC는 특히 기존 대출금에 대해서도 인하된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55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택금융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것. 이에 비해 국내 은행과 생명보험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대부분 8∼10%.

HSBC 관계자는 “높은 금리를 물고 있는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기존대출금에 대해서도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씨티골드서비스’를 통해 1억원 이상의 큰손들을 공략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서만 영업한다’(cherry peaking)는 전략에 따라 마련된 이 서비스는 전담 직원을 통해 세무 및 법률 상담은 물론 포트폴리오 구성과 노후 설계 및 자녀 교육을 위한 종합적인 조언을 해준다. HSBC도 98년11월부터 ‘금관클럽센터’를 통해 5000만원 이상의 고액 예금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이같은 공격에 대해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 주택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렸으며 국민 한미 신한은행 농협 등은 근저당설정비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시장에 참여하지 않던 서울은행도 새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홍찬선·이나연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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