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무리한 '떼쓰기'…만기연장 사흘째 지연사태

  • 입력 2001년 1월 9일 22시 07분


현대전자의 ‘버티기’로 회사채 만기연장이 3일째 지연됐다. 현대전자가 자체분담금(회사채의 20%)을 입금시키지 않은 채 채권단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채권은행단이 여러 비판을 무릅쓰고 현대전자 등의 자금난을 완화해주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중 80%를 인수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지원대상인 현대전자는 △회사채 발행금리를 낮추고 △대출의 일종인 수출환어음(DA) 네고한도를 늘려주며 △작년말에 8000억원에 그친 신디케이트론(채권은행단공동대출)을 2000억원 늘려달라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산업은행은 8일 현대전자 회사채 차환발행금리를 11.05%로 정했다. 이는 2000억원어치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온 날(5일) 전일의 공모회사채 기준금리에 0.4%포인트를 더한 수준. 그러나 이 수준으로는 현대전자가 채권시장에서 스스로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불가능하다.

한 증권사 채권영업부 관계자는 “현대전자가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사모사채금리 수준인 12∼13%는 돼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전자는 그러나 이런 금리가 너무 높다고 볼멘소리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80%의 70%는 CBO을 발행하는데 이 CBO의 3%를 현대전자가 인수해야 한다”며 “이를 감안할 경우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는 최고 13.1%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전자 박찬종 이사는 “회사채 차환발행 문제는 현대전자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DA한도를 늘려주고 신디케이트론을 2000억원 추가조달하는 등 다른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DA는 대우그룹이 정상적인 수출주문이 없는데도 해외현지법인이 허위주문을 해 은행돈을 빼돌리는데 이용한 것이어서 허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채권은행단의 입장이다.

또 신디케이트론도 산업 외환은행이 동일인여신한도(자기자본의 25%)를 어기면서까지 참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산업은행은 9일 만기가 돌아온 현대상선 회사채 500억원 중 80%인 4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나머지 100억원은 현대상선이 부담했다. 현대상선 회사채(BBB0) 발행금리는 기준금리에 0.4%포인트를 더한 연10.44%로 결정됐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