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주 재산은닉 수법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8시 45분


예금보험공사가 밝혀낸 퇴출 금융기관 채무자와 대주주들의 재산 빼돌리기 수법은 부인이나 자녀 장인 처남 계수 친구 등 주로 특수관계인을 통해 이뤄졌다.

퇴출 금융기관으로부터 빚을 졌거나 종금사 대주주로서 회사 부실을 책임져야 하는데도 부도를 전후해 자신들의 재산을 빼돌려 국민세금인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도록 만든 것.

▽‘부끄러운’ 종금사 대주주들〓새한종금 대주주로 연대보증채무자이기도 한 나승렬(羅承烈)전 거평그룹 회장은 갖고 있던 서울 강남소재 아파트 2채를 처남명의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나씨는 보증채무가 1000억원이나 됐는데도 자신이 갖고 있던 14억원 상당의 아파트 2채를 처남명의로 이전해 처분금지 가처분조치를 취하고 소유권을 옮겼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팔아치웠다.

나라종금 대주주로 부실책임자인 김호준(金浩準)전 나라종금 회장도 나라종금이 1차 영업정지된 직후인 97년 12월 13일 서울 용산소재 6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수에게 팔았다가 적발됐으며 숨겨놓은 예금 5건 3200만원도 찾아냈다. 김씨의 나라종금 부실 책임액은 4481억원에 달한다.

▽대농 전회장은 부도 직후 땅팔아〓박영일(朴泳逸)전 대농그룹회장은 부도 직후에 전남 진도에 있던 임야 3만1980평(1억6000만원 상당)을 지인에게 팔았다. 한길종금에 대한 대농의 연대보증 채무자인 박씨는 3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역시 한길종금 연대보증 채무자인 정승태(鄭勝太)씨는 대한포장공업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부도 직후에 서울 용산에 있던 주택 1채(90평, 4억5000만원 상당)를 부인에게 넘겼다. 경남종금 연대보증 채무자인 강종렬(姜鍾烈)한백건설 대표이사도 경남 마산에 있던 2억원짜리 빌라 1채를 부인에게 증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고 연대보증인들도 재산 빼돌리기 급급〓이외에도 미광자동차1급정비㈜ 대주주인 배효관(裵孝寬)씨는 경북금고 연대보증 책임을 지고 있는데도 경주에 있던 주택을 장인에게 팔았다. 삼원파이낸스 대표이사인 장영수(張榮遂)씨, 흥해건설 대표이사 최재달(崔在達)씨, 골든벨전자판매 김인배(金仁培)씨, 건양페인트 최상학(崔相鶴)대표이사 등이 종금사와 금고 은행 등의 연대보증 책임자 상태에서 친인척에게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예보조사 어떻게 이뤄졌나〓예보측은 은행 종금 금고 등 9개 퇴출 금융기관에서 1억원이상의 빚을 갖고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5년 간 보유부동산의 소유권 변동이 있었던 사람 307명을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김천수(金千洙)예보 이사는 “이런 내용을 파산재단에 알리고 가처분 가압류 등 채권보전조치 및 관련 소송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해 재산을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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