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자동차보험 가입때 차별 심하다"

  • 입력 2000년 11월 30일 20시 37분


최모씨(52)씨는 최근 미국 유학중인 아들(20)이 겨울 방학동안 국내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가입 조건을 ‘만 26세 이상’에서 ‘전 연령’으로 바꾸려다 S사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했다.

보험료를 30% 더 지불해야 하지만 보험사는 “자녀가 운전하면 사고위험이 커 손해율이 높아진다”며 “일반 자동차보험보다 비싼 ‘VIP형’으로 가입하면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보험료는 51만2470원보다 약 26만원이나 더 비싼 78만580원이어서 최씨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올초 근무지를 옮긴 대학교수 박모씨(43). 만기가 된 보험계약을 기존 가입조건으로 갱신하려다 ‘불가’ 판정을 받았다.

박씨의 생활지역이 보험사고가 많아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 보험사는 가입조건으로 대물배상과 자기신체사고 한도를 모두 3000만원으로 기존 계약보다 각각 1000만원, 1500만원씩 올릴 것을 요구, 할 수 없이 그렇게 가입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손해보험사들이 손님을 반기기는 커녕 이런 저런 요구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보험료는 보험종목 차종 용도 성별 배기량 등 9개 항목에 따라 차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지역이나 연령 등에 따른 사고율의 차이는 보험료 차이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손해율이 높은 특정 집단은 환영받지 못하는 것.

특히 만 19세, 20세 등 저연령층이 보험에 가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사고율이 타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C G지역에 사는 사람도 가입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가입자는 △보장한도를 필요 이상으로 높게 책정된 비싼 보험료를 내거나 △보험료가 일반 계약보다 비싼 ‘불량물건’으로 가입하도록 종용받고 있다.

S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불량물건으로 가입할 경우 대리점의 수수료가 7.5%에서 1%를 떨어지는 등 수지를 맞추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가능하면 보장한도를 높여 가입하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지난 8월 자동차보험료 인상에서 전년보다 33.2%로 인상폭이 컸던 대물한도를 늘린다”며 “최근 가입되는 자동차보험의 절반 가량은 대물배상한도가 3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사고율이 높은 사람은 일반적인 보험회사에는 가입자체를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매우 비싼 보험료를 감수하고 불량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보험사를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보험료가 자율화되지 않아 운전자 성향에 따른 보험료 차이가 충분히 크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일부 고객에 대해 보험사가 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보험사와 개인의 사적계약이어서 가입거절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보험료 자율화를 서두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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